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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음반 들어보니]르노 카퓌송 등 베토벤 ‘3중 협주곡’

입력 | 2004-06-07 17:58:00


베토벤의 ‘3중 협주곡’은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등 세 분야의 솔리스트를 필요로 하는 작품이다. 영국 EMI사가 이 작품의 새 음반을 선보였다. 2002년 11월 스위스 루가노 음악축제 현장을 담은 실황 음반이다.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라는 화려한 면면이다. 바이올리니스트는 누구일까.

일단 선택의 폭은 크지 않을 듯 싶다. 아르헤리치와 마이스키라는 두 대가는 각각 활화산과 같은 강렬한 연주, 활의 속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주관적 면모로 잘 알려져 있다. 한 마디로 굉장한 개성파 연주자들이다.

이 조합에 가장 어울리는 바이올리니스트라면, 역시 ‘기분파’ 연주자이면서 완성도 높은 연주를 펼치는 기돈 크레머 정도가 가장 적합할 듯하다. 그러나 막상 음반에 등장한 인물은 올해 28세의 프랑스 청년 르노 카퓌송. 선배들의 숙련된 연주 틈바구니에서 신예 카퓌송은 어떻게 자신의 길을 헤쳐 나가고 있을까.

일단 기교적 면에 있어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다. 이 협주곡이 극한의 기교를 추구하는 작품도 아니지만, 카퓌송은 활을 활달하게 움직이며 기교에서 선배들과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한다. 그러나 역시 능구렁이 같은 선배들과 같이 밀고 당기며 작품을 ‘갖고 노는’ 자의적인 면은 두드러지지 않다.

결과적으로 이 음반에서 카푸송의 역할은 ‘원로 대담’의 사회자 역과 같다. 두 자유로운 정신의 거칠 것 없는 대담에서 적당히 분위기를 맞춰주고 살살 달래가며 결론을 이끌어내는 능숙한 중재자 역할이다.

음반광들에게 카퓌송의 이름은 낯설지 않다. 그는 영국 버진 레코드사의 뒷받침을 받는 바이올린계 기대주로, 특히 첼리스트인 동생 고티에 카퓌송과 함께 브람스와 라벨 등 실내악 음반에서 호흡을 맞춰 높은 평가를 얻고 있다. 베르나르트 하이팅크, 정명훈, 샤를 뒤트와 등 세계적 지휘자들이 협연자로 가장 선호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알렉산드르 라비노비츠-바라코프스키 지휘, 스비체라 이탈리아나 (스위스의 이탈리아어권을 뜻하는 말) 오케스트라 협연. 아르헤리치가 연주하는 슈만 피아노협주곡 a단조가 함께 실렸다. ★★★★ (별 5개 만점)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