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일기자
“요즘 시사 프로그램들은 쟁점을 부각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 같습니다. 저는 논쟁 속에 묻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16대 국회의원을 마치고 7일부터 CBS 표준FM(수도권98.1MHz)의 시사정보 프로그램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월∼토 오후7시)을 진행하고 있는 시사평론가 정범구씨(50). 그는 찬반 논쟁을 벌이느라 정작 사람을 놓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주5일 근무제를 예로 들면 노사간의 찬반논쟁을 벌일 게 아니라 중소기업 노동자 한 사람을 인터뷰해, 그 사람의 실제 경제생활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이 제도가 도입되면 노동 강도가 더 세진다며 오히려 반대하거든요.”
정씨는 이 프로그램에서 다양한 계층의 이야기를 통해 “타자(他者)도 공존의 대상”이라는 주장을 하고 싶다고 했다. 법과 제도가 민주화를 위한 하드웨어라면 이를 움직이는 소프트웨어는 민주적 생활방식과 절차이고 그 핵심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톨레랑스(관용)’라는 것이다.
“의정활동 중 여성생리대 부가가치세 면세법안을 통과시킨 게 기억에 남습니다. 남자들이 ‘여자도 군대 보내라’ ‘면도기도 면세하라’며 무척 반발했습니다. 법안 통과로 여성 1인당 연간 7000∼8000원이 절약되는 경제적 효과는 크지 않겠지만 남녀간 상호대화의 장을 열었다는 점에서 사회적 효과는 크다고 생각합니다.”
정씨는 94년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시사평론가로 자리 잡았고 2000년 총선에서 민주당 의원으로 당선됐다. 올해 2월 민주당의 내홍에 항의하며 17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었다.
“저는 솔로 체질인가 봐요. 현실정치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패거리가 같이 움직여야 하는데 내 정체성을 지켜가면서 함께 움직이기가 쉽지 않았어요.”
정씨는 요즘 “몸속에 남아있는 권력의 찌꺼기를 버리기 위해” 매일 아침 2시간 반 동안 북한산을 오르내린다고 했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