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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환수기자의 장외홈런]‘의젓한 정수근’ 이유있는 인기

입력 | 2004-06-07 18:17:00


“이거 완전 애가 애 보는 형국이네.”

3일 대구 경기를 보면서 이 말이 절로 튀어나다. 8회초 롯데 더그아웃 한 쪽에선 3구 삼진을 당한 고졸 2년생 외야수 박정준을 상대로 정수근의 즉석 타격 강의가 열리고 있었다. 사상 최연소 자유계약선수인 정수근은 이제 불과 27세. 장난기 그윽한 얼굴 표정까지 모두 감출 수는 없었지만 제법 진지하게 빈 스윙을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 얼마나 언밸런스해보였던지….

이어 롯데의 1점차 승리가 눈앞에 어른거린 9회말 2사후. 신인 2루수 박진환이 삼성 양준혁의 뜬공을 어이없이 놓쳐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고개를 파묻은 채 얼굴만 붉히고 있는 박진환에게 가장 먼저 다가가 등을 다독거린 이는 역시 정수근이었다.

사흘 후인 6일 사직구장. 8회말 롯데가 4-5로 추격한 뒤 계속된 1사 만루. 정수근의 방망이는 매섭게 바람을 갈랐지만 총알같이 튕겨나간 타구는 현대 1루수 이택근의 호수비에 걸려 최악의 결과인 병살타가 됐다. 이에 정수근은 금세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 공수교대가 이뤄질 때까지 1루를 떠나지 않은 채 주저앉았다 섰다를 반복했다. 이런 그를 향해 부산 팬들은 질책은커녕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냈다.

사실 정수근을 처음 보는 사람은 최소 3번은 놀라게 된다. 기자도 94년과 95년 덕수정보고가 본사 주최대회인 황금사자기 고교야구대회를 2연패할 때 주역이었던 그를 보고 여러 번 놀랐다.

야구를 그렇게 잘하는 선수가 직접 대하니 깡마른 체격에 왜소해 보이기까지 한 게 첫 번째. 여기에 트위스트 킴을 쏙 빼닮은 재미있는 외모. 또 이미 그 시절부터 상대를 가리지 않았던 ‘이빨’까지…. 그랬던 그가 어느새 성장해 후배들을 다독거릴 위치가 됐다니 다시 한번 놀라울 뿐이다.

지난겨울 입단식 때 “나는 3년 연속 꼴찌에 빠진 롯데를 구하기 위해 왔다”고 당차게 말했던 정수근. 그는 비록 ‘수입 갈매기’지만 어느새 타향인 부산에서도 연고 스타를 제치고 최고 인기 선수로 자리 잡았음이 분명하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