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주한미군 1만2500여명, 2005년 말까지 감축’ 방안을 6일 한국에 통보한 것은 동맹의 기초인 ‘안보 시간표’조차 맞출 수 없을 만큼 흔들리는 한미동맹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미국의 이런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검토(GPR)’는 마지막 냉전지대인 한반도를 지키는 한미동맹의 역사적 특수성을 더 이상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정부는 주한미군 감축엔 반대하지 않되 시기만큼은 최대한 늦추길 바랐으나 결국 좌절해 ‘대미 외교의 아마추어리즘’을 다시 드러냈다.
▽조기 감축 통보에 당황한 정부=이번 첫 주한미군 감축 협상에서 한국 정부가 가장 신경을 곤두세운 것은 ‘감축 시기’였다. ‘1만2000여명’이란 감축 규모는 이미 지난해 6월 통보받은 것이어서 정부는 그를 감안한 자주국방 프로그램을 만들어 왔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번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감축시기’”라고 말했고,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주한미군 재배치 일정을 감안할 때 2006년까지는 감축이 어렵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의 전 세계적 GPR 계획에 따라 진행되는 ‘주한미군 감축’을 한국 정부의 ‘희망 시간표’에 담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음이 이번에 확인된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일부 한국 정부 관계자들이 ‘2007년 이후 감축 시작’이란 희망을 밝힌 것은 미국과 미국의 GPR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거나, 지나치게 순진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미간 엇갈린 ‘안보 시간표’와 안보 공백=‘주한미군 재조정 협의를 위한 3인 위원회’의 실질적 대표인 김숙(金塾) 외교통상부 북미국장은 “주한미군 어느 부대가 언제부터 감축될 것인지는 통보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감축에 따른 안보 공백을 단기간에 효과적으로 보완하기 위해선 한국군 체제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군사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국방부는 당장 그동안 추진해 온 △전방 사단의 기계화 전환 △미래보병사단 구축 계획 등 전략 강화 프로그램에 대한 전면 재검토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특히 2006년까지는 주한미군 감축이 없는 상황에서 국방비를 현행 국내총생산(GDP)의 2.8%에서 3.2%로 높여 자주국방 태세를 갖춰 나간다는 방침이었으나 이런 계획도 근본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정부 안팎에선 벌써부터 “주한미군 대규모 조기 감축에 따른 방위태세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관련 국방 분야에 집중 투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정치 사회적 파장과 향후 과제=정부가 이번 주한미군의 조기 감축 결정에 대해 가장 크게 우려하는 것은 ‘북한의 오판 가능성’과 ‘한국 국민의 안보 불안 심리’이다.
김성한(金聖翰)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감축에 따른 전력 공백을 어떻게 막을 것이며 그에 대한 미국의 투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를 분명히 밝혀야 이 두 가지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한미군 감축 문제를 둘러싸고 한국의 반미감정이 고조되거나 보수와 진보의 이념 갈등이 재연되는 상황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많다. 전문가들은 “어느 때보다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는 ‘안정된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고 입을 모았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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