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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김혁규 의원의 인연…화려한 만남-씁쓸한 결말

입력 | 2004-06-07 18:50:00

열린우리당 김혁규 의원은 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대통령께 누를 끼치면서까지 굳이 총리를 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밝혔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김경제기자


“저런 사람만 내 곁에 있으면 안 될 일이 없을 텐데….”

열린우리당 김혁규 의원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애정과 기대는 남달랐다는 게 여권 핵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김 의원이 경남지사로 재직 중이던 지난해 5월 노 대통령은 경남을 방문해 김 지사로부터 도정 브리핑을 듣고 헬기로 귀경하며 “김 지사는 참 괜찮은 사람이다”며 몇 차례 ‘최고’라는 의미로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기도 했다는 것.

당시 노 대통령을 수행했던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기자에게 “노 대통령이 김 지사를 면전에 두고 ‘성공한 최고경영자(CEO) 지사’로서 지방화 시대에 딱 들어맞는 리더십을 갖췄다고 한껏 치켜세우더라. 의례적인 덕담 수준을 훨씬 넘는 것이어서 참석자들이 의아해할 정도였다”고 술회했다.

노 대통령은 대선 전부터 김 의원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노 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이던 2001년, 고향인 경남 김해를 방문한 자리에서 “여기 김 지사도 와 계시는데 지금 부산 경남에서 김 지사와 내가 대선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우리 둘 중에 뜨는 사람이 대통령을 먼저 하고 다른 사람이 다음에 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말까지 했다는 후문이다.

노 대통령은 대선 이후 청와대에서 몇 차례 김 의원을 독대하며 ‘동업’을 적극 제안했다. 지난해 7월에는 청와대에서 열린 ‘테마 국무회의’에 시도지사로는 이례적으로 김 의원을 초청해 경남의 외자유치 성공사례를 발표하도록 배려했다. 둘은 이어 배석자 없이 오찬을 하기도 했다.

결국 김 의원은 지난해 12월 15일 한나라당을 전격 탈당하면서 경남지사직을 내던졌고 노 대통령은 4·15총선 후 김 의원을 국정 2기 총리로 지명하겠다는 뜻을 굳히고 열린우리당 지도부를 만나 자신의 뜻을 거듭 전했다.

열린우리당 내에서 김혁규 카드를 놓고 당내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노 대통령은 측근들에게 “2002년 대선 전 경남에서 차기 대통령 감에 대한 여론조사를 했을 때 당시 김 지사가 나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며 김 의원의 ‘파괴력’을 설명하는 등 김혁규 카드에 대한 미련을 접지 않았다. 그러나 김 의원은 6일 노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대통령에게 누를 끼치면서까지 굳이 총리를 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은 “이러면 안 된다”며 적극 만류했으나 김 의원이 고사 입장을 거두지 않자 착잡한 표정으로 입을 다문 것으로 알려졌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