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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영화같은 현실, 현실같은 영화 ‘내 남자 친구는…’

입력 | 2004-06-08 18:07:00

평범한 여대생과 왕자의 사랑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 ‘내 남자 친구는 왕자님’. 사진제공 올댓시네마


지난달 14일 덴마크 프레데리크 왕세자(35)와 호주 출신 여성 메리 도널드슨(32)의 결혼식이 코펜하겐 성모 대성당에서 성대히 치러졌다. 두 사람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 선술집에서 처음 만나 사랑을 키워온 끝에 결혼에 골인했다. 미혼 여성 사이에 화제가 됐던 꿈같은 ‘신데렐라’ 스토리다.

흔히 ‘영화의 한 장면’ 같다는 말을 쓴다. 하지만 18일 개봉되는 영화 ‘내 남자 친구는 왕자님’은 마치 ‘현실의 한 장면’ 같다. 극중 왕자도 현실에서처럼 덴마크 왕자님인 데다 그가 사랑하는 여성 역시 귀족이 아닌 평범한 여성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들이 만난 곳이 미국 중서부이며, 여주인공이 직장여성이 아닌 여대생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확인되지는 않지만 발 빠른 할리우드의 영화 제작자들이 이 흥미로운 소재를 그냥 보고만 있지는 않았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영화 ‘내 남자…’는 미국 중서부에서 만난 바람둥이 덴마크 왕자 에드워드(루크 메이블리)와 독립적인 여대생 페이지(줄리아 스타일스)의 사랑 만들기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

이 작품의 ‘장점’이자 ‘촌스러움’은 완벽한 해피 엔드를 보장하는 신데렐라 스토리라는 점이다. 공주와 기자의 사랑을 그린 ‘로마의 휴일’ 등 신분이 다른 계층의 러브 스토리를 다룬 영화들처럼 개운치 않은 이별은 없다.

덴마크 왕자 에드워드는 야한 장면을 내보내는 방송에서 미국 위스콘신의 여대생들은 가슴을 쉽게 보여준다는 엉뚱한 정보를 얻어듣고 자유분방한 생활을 위해 유학을 떠난다. 의사의 꿈을 간직한 여대생 페이지는 처음 만나자마자 가슴을 보여 달라는 에드워드의 황당한 요구에 발끈하지만 티격태격하면서 사랑에 빠진다.

영화는 에드워드의 신분 노출과 이로 인한 두 사람의 갈등과 화해, 덴마크 왕실의 결혼 반대 등 관객의 예상을 거의 벗어나지 않고 진행된다. 왕실의 결혼 승낙에도 불구하고 페이지가 의사가 되겠다는 자신의 꿈을 지키기 위해 떠나는 것이 약간의 변주이지만 그마저 해피 엔드로 마감된다.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절대로 깨지지 않는 ‘유리구두’를 가진 현대판 신데렐라 스토리다. TV 시리즈 ‘섹스&시티’의 마사 쿨리지 연출작. 12세 이상 관람 가.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