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은 8일 제9차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FOTA)회의를 이틀째 열고 서울 용산미군기지의 이전 문제 등을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의 재배치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것을 물론, 주한미군 감축 시기를 놓고 이견을 빚고 있는 한미동맹관계에 또 다른 갈등이 우려되고 있다.
더욱이 정부는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열릴 제10차 FOTA회의에서 주한미군 감축을 용산기지의 이전부지 규모와 연계해 다시 협상을 벌인다는 전략이어서 협상타결이 올해 말로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FOTA회의를 위해 방한한 미 국방부 고위관리는 이날 “향후 몇 주 내 합의에 실패하면 용산기지 이전에 대한 한국 국회의 동의 절차를 고려할 때 이를 위한 국방예산 책정이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올해 안에 이 문제를 끝내지 못하면 예산 확보를 위해 내년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2005년 미군 감축에 필요한 시간을 1년 정도 잃어버린다”고 말했다.
정부는 용산기지 이전 문제 외에 미 2사단 재배치, 연합토지관리계획(LPP) 개정 등도 주한미군 감축과 연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현안들은 한미 양국이 각각 국회와 의회의 동의를 거쳐 예산을 확보해야 본격적인 추진이 가능하다.
한편 정부는 미국이 제안한 주한미군 감축 시기(2005년 말까지)에 대해서도 여러 채널을 통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날 국방부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정부가 미국과 협상을 벌여야 할 가장 중요한 안건이 감축 시기”라며 “한국의 전력 공백 상황을 고려할 때 미국이 제안한 감축 시기(2005년 말까지)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권진호(權鎭鎬) 대통령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 정부가 미측 구상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국민들의 자존심을 훼손한다는 면에서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정부의 고위 관리는 “미국은 2005년 말을 감축시한으로 잡았지만, 한국의 견해를 반영해 수정할 수 있다”고 말해 감축시기에 대한 협상 여지를 열어놓았다.
정부는 제10차 FOTA회의에서 정부의 ‘주한미군 감축안’을 미측에 제시할 예정이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