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증권업협회 건물 로비가 시끄럽다. 하얀 천막 안에서 10여명의 직원들이 피켓을 들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벌써 11일째.
증권업협회와 코스닥위원회 노조 전체가 이렇게 들썩거리는 것은 홍보실장 한 사람 때문이다.
최근 외부에서 영입된 김강수 홍보실장에 대한 인사를 철회하라는 것이 이들의 요구 사안. 김 실장은 황건호 신임 협회 회장과 함께 과거 메리츠증권에서 근무했고 2월 회장 선거에 적극적으로 뛰었던 인물이다.
따라서 회장이 당선 이후 그에게 자리를 마련해 준 것은 ‘논공행상(論功行賞)을 위한 정실인사’라고 노조는 주장하고 있다. 굳이 외부 사람을 영입하고 싶으면 공개모집 등의 절차를 밟으라는 것. 기존 홍보실장을 밀어내고 인사를 강행했다는 점, 홍보실장 자리를 슬쩍 이사부장으로 승격시킨 점 등도 이들의 거부반응을 증폭시켰다.
증권업협회 이득수 노조위원장은 “앞으로 신임 회장이 선거를 도와줬다는 이유로 매번 자기 사람을 데려다 놓으면 조직이 건강해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영진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신임 회장이 손발을 맞춰 일할 수 있는 사람을 데려올 필요가 있었다는 것. 그 주장에 다르면 절차상으로도 노조와 두 달간의 협상 과정을 거쳐 인사권을 행사했다.
협회의 한 임원은 “임원 자리에 대한 낙하산 인사도 아니고 홍보실장을 계약직으로 영입하는 것일 뿐”이라며 “노조의 반응에는 앞으로의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섞여 있다”고 말했다.
정실인사라고 느껴질 만한 여러 빌미를 만든 사측이나, 이를 문제 삼아 시위를 벌이는 노측 모두 조금씩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다.
협회는 최근 “바뀌어야 산다”며 고객만족(CS) 사업, 투자자 교육 사업 등 서비스 강화를 위한 각종 혁신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노사가 서로 ‘기 싸움’ 혹은 ‘힘겨루기’ 식 대응을 지속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양측의 원만한 해결을 기대한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