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987년 6·10 민주항쟁 17주년을 하루 앞둔 9일 6월항쟁 관련 인사 52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하면서 "6월 항쟁은 지금도 우리 가슴에 살아있다"며 "어려움과 좌절감을 느낄 때마다 6월 항쟁의 감동을 되살리며 극복했다"고 회고했다.
당시 부산 민주쟁취국민운동본부를 이끌었던 노 대통령은 "여기 오신 분들을 보니 TV에서 나와 정부를 따갑게 질책하신 분도 있는데, 저 분들도 나를 버리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느꼈다"며 "그러나 어려움에 닥쳐보니, 까딱하면 밀려날 뻔 했는데 여러분들이 나를 다시 대통령의 자리로 올려놓았다"고 감사를 표시했다.
노 대통령은 또 "이해찬 의원을 총리로 지명하고 보니 새롭게 희망을 가진다"면서 "6월항쟁 정신이 면면히 우리 사회를 바꿔가는구나, 그 때 목숨을 바친 분들의 헌신과 희생이 헛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내가 잘해야 하는데, 역량이 부족한지 엎어지고 자빠지고 그런다"면서 "해석하기에 따라 민중의 뜻을 버리지 않았나, 배반하지 않았나 생각하겠지만 나는 아직 6월항쟁의 정신을 버리지 않았고 큰 틀에서는 스스로 깨우치려고 노력하고 채찍질하고 있다"고 다짐했다.
앞으로의 개혁 추진에 대해선 "제도개혁은 국회가 중심이 돼서 해나갈 것이고, 국정 점검과 조정은 총리가 할 것"이라며 "대통령은 공직사회의 문화를 바꾸고 정부혁신을 추진하는 등 개혁과제에 집중할 것"이라고 '대통령-국회-총리간 역할분담론'을 폈다.
함세웅(咸世雄) 신부는 최근 노 대통령이 자신의 복귀를 예수의 부활에 비유한 데 대해 "그 말을 듣고 주님으로, 우리의 예수로 모셔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덕담을 한 뒤 "왕정시대에는 대통령이 최고의 사제였는데, 남북한 7000만을 위한 대사제로서 아침에 기도하고 저녁에는 되돌아보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