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하기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
‘노장’ 안드레 아가시(미국·34)가 지독한 아홉수에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9일 영국 런던의 퀸스클럽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투어 스텔라 아토이스오픈(총상금 79만유로) 단식 2회전.
커리어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세계 랭킹 9위 아가시는 1회전을 부전승으로 통과한 뒤 가진 이날 경기에서 세계 60위인 이고리 안드레예프(러시아)에게 1-2(6-4, 6-7, 6-7)로 역전패했다.
3월 나스닥100오픈에서 투어 통산 799승을 달성한 아가시는 이로써 최근 3개 대회 연속 첫 판 탈락의 수모 속에 대기록 달성을 또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그는 지난달 라이파이젠그랑프리 1회전에서 세계 399위 네다드 지몬지치(세르비아-몬테네그로)에게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고 이어 프랑스오픈 1회전에서도 세계 271위로 예선통과자였던 제롬 아에넬(프랑스)에게 완패했었다. 아가시가 3개 대회 연속 첫판에 보따리를 싼 것은 1997년 이후 처음.
3개월 가까이 승리를 추가하는 데 실패한 아가시는 화가 몹시 났던지 경기가 끝난 뒤 의무적으로 참가해야 하는 기자회견장에도 나타나지 않아 벌금까지 물게 됐다.
아가시는 잔디코트 대회에 처음 출전한 안드레예프를 맞아 18개나 되는 서브 에이스를 허용하며 주무기인 리턴에서 오히려 약점을 드러냈다.
안드레예프는 올 프랑스오픈에서 타이틀 방어를 노린 후안 카를로스 페레로(스페인)를 꺾은 데 이어 아가시마저 잡아 일약 ‘대어 킬러’로 떠올랐다. 안드레예프는 “잔디코트 첫 경기에서 나의 우상 아가시를 꺾다니 꿈만 같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