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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세계테러 축소-조작 의혹”

입력 | 2004-06-10 19:03:00


미 국무부가 4월에 발간한 연례 세계테러보고서가 테러 건수를 축소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전 세계 테러실태를 분석해 ‘글로벌 테러리즘의 패턴’이라는 제목으로 매년 발행돼온 이 보고서는 미 의회의 요청에 따라 20년 전부터 5개 외국어로 출판돼 미국과 동맹국들의 반 테러정책에 중요한 기초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17일 미 하원 헨리 왝스먼 의원(민주당)이 보고서의 재발행을 요구하는 편지를 콜린 파월 국무장관에게 보내면서 보고서의 조작 의혹이 불거졌다고 LA타임스가 9일 보도했다.

왝스먼 의원은 테러공격 횟수가 2001년 이후 45% 감소해 지난해에는 34년 만에 가장 적었다는 보고서의 내용을 반박하면서 2003년에는 오히려 35% 이상 증가해 20년 이래 가장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테러가 수그러들기는커녕 더 증가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는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은 테러공격을 국무부가 통계에 포함시키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사망자가 없는 테러건수는 2001년 231건에서, 지난해 21건으로 크게 축소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700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지난해 11월 터키 연쇄 폭탄테러마저도 마지막 출판과정에서 삭제됐다”고 지적했다.

왝스먼 의원은 “이러한 조작은 미 행정부의 정치적 의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관리들과 테러전문가들도 보고서의 오류를 지적하면서 “제대로 테러실태를 적시한다면 지난해의 테러 건수는 20년 만에 최고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조만간 보고서의 개정판을 출판할 예정이다.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