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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잠’ 깬 고려청자운반船

입력 | 2004-06-10 19:11:00

국립해양유물전시관 직원들이 전북 군산시 옥도면 십이동파도 인근 해저에서 발견된 11세기 고려시대 청자 운반선의 선체를 크레인으로 들어올리고 있다.-사진제공 문화재청


국내 고(古)선박 최초로 뱃머리 구조물(이물비우)과 닻줄, 닻돌이 발견됐다.

국립해양유물전시관(관장 윤방언·尹邦彦)은 전북 군산시 옥도면 십이동파도 인근 해저에서 발견된 고려시대 청자 운반선을 5월 10일부터 6월 3일까지 해체 인양했다고 10일 발표했다. 선체에서는 청자수저받침 등 도자기 2184점도 추가 발굴됐다.

11세기 전남 강진, 해남 등의 청자 산지와 고려의 수도 개경(개성)을 오가던 운반선으로 추정되는 이 배는 소나무로 만들어졌으며 길이 7m, 폭 2.5m 크기다. 수심 17m 아래 개흙 속에 진공상태로 파묻혀 있어 부식이 더뎠던 이 배에서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한번도 발견되지 않았던 이물비우 3편과 굵은 칡으로 여러 겹 꼬아 만든 닻줄, 닻줄에 매다는 127cm 길이의 닻돌이 발견됐다.

이물비우는 유선형이 아닌 네모 상자 모양의 한선(韓船) 앞머리 부분 판자로 그동안 도면으로만 그 존재가 알려져 왔다. 또 닻줄이 짚이 아닌 칡으로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학계의 추정도 이번 발굴로 사실임이 확인됐다.

지금까지 발견된 고려시대 배에는 1983년 인양된 완도선(12세기 초)과 95년 인양된 목포 달리도선(14세기), 최근 나주 영산강변에서 인양된 나주선(고려 초기) 등이 있다.

윤 관장은 “인양된 선체가 보존 복원과정을 거쳐 일반에 전시되기까지는 10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