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처음으로 본격적인 ‘라운지 가요’를 들고 나온 가수 레드 레인. 사연이 많은 듯한 보컬을 가진 그는 다양한 갈래의 라운지 가요를 선사한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라운지 가요’가 성공할까.
신인 가수 레드 레인(적우·赤雨)이 본격 라운지 음악과 가요를 접목한 노래로 잔잔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그의 첫 음반 ‘초콜릿’의 타이틀곡 ‘파도를 훔친 바다’는 서울 강남의 카페 일대에서 인기 순위에 올랐고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가수 인기 검색어로는 9일 오후 현재 2위.
라운지 음악은 사교 공간인 라운지에 어울리는 이지 리스닝 계열의 음악이 재즈나 월드뮤직(민속음악) 등과 테크노적으로 결합한 것. 최근 파리, 런던에서 하나의 장르로 부각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고급 카페를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레드 레인의 음반 ‘초콜릿’은 몽환적이고 안락한 분위기와 가슴을 울리는 허스키 보컬이 매력이다. 레드 레인은 “강하게 호소하는 발라드가 아니라 몸 전체의 기운이 점점 더 빠져나가는 느낌을 주는 노래들로 채웠다”고 말했다.
타이틀곡 ‘파도를 훔친 바다’를 비롯해 ‘몽유’ ‘만월’ ‘널 잊을 수 있게’ 등 15곡의 수록곡들은 라운지 가요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몽유’는 왈칵 눈물이 쏟아지는 듯하고, ‘만월’은 소파에 앉아 머리를 비운 듯한 분위기를 전한다. 회사원 이혜숙씨(28)는 “이 음반을 듣고 있으면 와인을 계속 마시든지, 혼자라도 벽 잡고 춤을 추든지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음반에는 또 김현식의 ‘기다리겠소’, 이기찬의 ‘널 잊을 수 있게’, 신중현의 ‘미련’을 리메이크해 수록했다. 특히 ‘기다리겠소’ ‘미련’에서 레드 레인은 풍성한 질감의 보컬로 원곡을 색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음반에는 국내 유명 프로듀서 신철, 신재홍 외에도 김형석, 윤일상 등 정상급 작곡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레드 레인은 음반 소매가격을 2만5000원으로 책정해 라운지 특유의 고품위 전략을 내세웠다. 이 음반은 방송 등에서 알려진 지 보름여만에 4000여장의 주문을 받았다.
한편 레드 레인의 얼굴이 알려지면서 룸살롱 마담 출신이라는 전력이 인터넷에서 논란을 낳고 있다. 그는 “전력을 숨길까도 고민했지만 문제될 게 없다”고 사실을 시인하며 “오히려 어려웠던 시절의 경험이 복합적 사연을 가진 노래를 해석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허 엽기자 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