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북송선을 타고 북한에 갔던 일본인이 한국 인권단체의 도움을 받아 북한을 탈출해 10일 중국 주재 일본 영사관에 귀환을 요청했다.
피랍탈북인권연대는 “5월 중순경 북한을 탈출한 일본인 히로세 고이치(53)가 10일 선양(瀋陽) 주재 일본 총영사관에 진입해 보호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영사관도 이 사실을 확인했다.
히로세씨의 탈북을 계기로 북송선을 탔던 일본인들의 귀환문제가 북-일간 외교 문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북송 일본인들이 자유의지에 따라 북한에 계속 머물고 있는 지를 확인할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함경북도의 한 광산에서 광석분석 일에 종사해 온 히로세씨는 “일본인 부모 사이에 태어났으나 어머니가 이혼한 뒤 총련계 한국인과 결혼해 1960년 북한으로 가는 바람에 9세 나이에 만경봉호를 타게 됐다”고 증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해 처음 탈북을 시도했다가 국경에서 중국공안에 체포돼 북한으로 송환된 뒤 3개월간 ‘노동단련대’에서 강제노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현재 일본에 누이와 이모 등 친척들이 생존해 있다고 언급했다.
영사관 진입을 도운 피랍탈북인권연대 도희윤(都希侖·36) 사무총장은 “한국의 인권단체가 일본인의 탈북을 지원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일본 민간단체가 수많은 탈북자를 도와왔기 때문에 이번 일을 계기로 한일 양국 단체가 적극 협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일본은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의 송환문제와 북송 일본인 처들의 조속한 고향방문 실현만을 요구해 왔다.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