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 놈
이진수
비얌이 우예 센지 아나
내사마 모르겠다 우예 센 긴데
참말 모르나 그놈이 센 거는
껍데기를 벗기 때문인기라
문디 자슥 껍데기 벗는 거하고
센 거하고 무신 상관이가
와 상관이 없다카나 니 들어 볼래
일단 껍데기를 벗으모 안 있나
비얌이 나오나 안 나오나
나온다카고 그래 씨부려 봐라
그라모 그기 껍데기가 진짜가
시상 새로 나온 비얌이 진짜가
문디 시방 내를 바보로 아나
그기야 당연지사 비얌이 진짜제
맞다 자슥아 내 말이 그 말인기라
껍데기 벗어던지고 진짜 내미는 놈
그런 놈이 센 놈 아이겠나
넘 몰래 안창에다 진짜 감춘 놈
그런 놈이 무서븐 거 아이겠나
어떻노 니캉 내캉 홀딱 벗어 뿔고
고마 확 센 놈 한번 돼 보까
- 시집 ‘그늘을 밀어내지 않는다’(시와시학사) 중에서
무신 소리? 니캉 내캉 홀딱 벗어 뿔고 고마 확 센 놈 한번 돼 보자고? 참말 큰일 날 소리제. 비얌은 껍데기 벗어도 우린 안 된다 아이가. 소라, 고둥, 조갑지 같은 우리가 껍데기 벗어 던지믄 우예 견디겠노? 달팽이가 껍데기 벗어던지고 땡볕에 알몸으로 아스팔트 건너가는 소리제.
사람이 철들고 나이 든다는 기 말이지 자꾸만 탈 하나를 뒤집어쓰는 것 아이겠나. 아야 말거래이. 함부로 속알머리 내뵈다 큰코다친다 아이가. 진짜배기는 넘이 볼세라 한겹 한겹 탈을 씌워야 하는기라. 중국 변검(變瞼)배우들 안 있나? 한 가면 벗으면, 자꾸 자꾸 새 가면 나오는 거.
하아, 근디 근디 말이시 하도 이것저것 뒤집어 써놓으니 어느 게 진짜배기 나인고? 내가 나를 모르겠다. 이 탈 저 탈 쓰다 탈났다 아이가.
반칠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