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김이박 현후/오시은 글 유기훈 그림/11쪽 7800원 푸른책들(초등 3년 이상)
◇엄마의 하루/고정욱 글 이혜원 그림/112쪽 7500원 파랑새어린이(초등 2년 이상)
호주제와 장애라는 사회적 이슈를 다룬 동화 두 권이 나란히 나왔다.
사회문제를 다룬 동화가 메시지만 강조한 나머지 억지스러운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 나온 두 권의 책은 가족애란 주제를 적절히 녹여 내어 잔잔한 감동을 준다.
‘나는 김이박 현후’는 제목에서 드러나듯 아버지와 성이 달라 고통을 겪는 주인공 ‘현후’의 이야기다.
이혼율이 높아지면서 한부모 가정뿐 아니라 재결합 가정도 흔하다. 그러나 이들을 보는 시선은 편견에 가득 차 있는 게 사실이다. 작가는 호주제 폐지에 대한 찬반논란 속에서 소외된 아이들의 이야기를 동화 속으로 끌어들였다.
초교 5학년인 현후는 집 밖에서 동생 민후가 아는 척하면 화를 낸다. 초교 1학년 때 우연히 학교에서 아빠와 자신의 성씨가 다르다는 것이 밝혀져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고 난 뒤 현후는 말 없는 아이로 자랐다.
현후의 친아빠는 현후가 태어나기도 전에 사고로 죽고 엄마는 새 아빠와 재혼했다. 새 아빠는 현후를 사랑하지만 할머니는 민후만 귀여워할 뿐 현후를 손자로 인정하지 않는다. 어느 날 현후는 엄마 방에서 시험지를 찾다가 주민등록등본에 자신이 ‘동거인’이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는다.
현후는 혼자서 친할머니가 있는 시골로 내려가고 현후의 마음을 헤아린 새 아빠가 시골로 내려온다. 새 아빠는 현후의 친할머니에게 아들노릇까지 하고 친할머니가 서서히 새 아빠에게 마음을 연다.
‘왜 나는 민후 할머니에게 아빠처럼 하지 못했을까?’
자신을 위해 이민을 결심하는 새 아빠를 보면서 현후는 ‘가족 모두를 위해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한다.
한 가정을 지탱해주는 건 혈연이 아닌 사랑의 힘이라는 것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엄마의 하루’는 제목을 수식하는 ‘아들보다 하루만 더 살고 싶은’으로 보아 장애아의 엄마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장애가 있는 아들을 놀이공원에 보낸 뒤 엄마가 맞는 하루 동안의 이야기로, 한상이란 아이와 그 어머니를 실제 모델로 하고 있다.
어렸을 때 사고를 당해 장애를 갖게 된 윤성이를 위해 외삼촌이 모처럼 시간을 내 놀이공원에 데리고 간다. 윤성이를 돌보느라 쉴 틈이 없었던 엄마는 그 동안 미뤄왔던 대청소를 하다가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하나 둘 발견한다. 엄마는 그 물건들을 보면서 윤성이가 사고를 당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크고 작은 일들을 떠올린다.
청소를 마치고 찾아간 병원에서 엄마는 경부 척추증이란 진단을 받고 자신이 아파서 윤성이를 돌보지 못할까봐 걱정한다.
그날 저녁 놀이공원에 다녀온 윤성이를 엄마는 시큰거리는 허리로 안고 욕조에 앉힌 뒤 씻긴다.
“어마, 미, 미아해.”
윤성이는 처음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엄마는 ‘네가 이렇게 조금씩 나아지니까 오래오래 너랑 같이 살고 싶다’며 눈물을 흘린다.
특히 자기 때문에 동생이 장애인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윤숙이가 그 괴로움을 극복해내고 어머니의 아픔까지 감싸 안는 모습은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