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마다 시내버스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지자체들은 시내버스 노선 개편 등에 따라 새로 버스를 구입해야 할 필요가 있는 데다 다음달부터 시내버스 배출가스 규제가 강화되면 차량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이에 앞서 버스를 확보하려고 애쓰고 있다. 하지만 주문이 폭주해 공급이 수요를 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것. 현대와 GM대우 등 자동차회사에는 시내버스 주문량이 4∼5개월씩 밀려 있는 상태이다. 이에 따라 버스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지자체의 경우 시내버스 운행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실태=박맹우(朴孟雨) 울산시장은 지난달 11일 현대와 GM대우에 “빨리 시내버스를 공급해주면 고맙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4월 시내버스 신규 면허를 받은 ㈜유진버스가 천연가스(CNG)버스 60대를 주문했으나 공급받지 못하자 시장이 대신 나선 것. 그러나 자동차회사는 “주문이 밀려 7월 중순이 지나야 공급할 수 있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사정은 서울시가 더 심각하다. 다음달 1일 시행되는 대중교통체계 개편을 앞두고 서울시는 중앙버스전용차로를 운행할 CNG버스 726대 중 457대를 6월 중 공급받기 위해 4월 주문을 냈다.
그러나 자동차회사는 철야작업을 계속해도 당초 인도하기로 한 25일을 맞추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북 군산시도 2월부터 시내버스 11대를 주문했으나 아직 차를 건네받지 못했다.
대전시와 충남 서산시는 버스가 제때 공급되지 않자 이달 말 차량 내구연한(차령·車齡·9년)이 도래하는 버스의 차령을 연말까지 6개월 연장하는 편법을 쓰기도 했다.
시내버스를 주로 만드는 현대와 GM대우 등 2개사에 밀린 버스 주문량은 4∼5개월(월 생산대수 500대)분에 해당하는 2000여대.
▽원인=서울시의 ‘싹쓸이 주문’과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될 시내버스 배출가스 기준치 강화가 가장 크다.
주문생산이 원칙인 버스는 매년 주문량이 일정하지만 올해는 서울시가 국내 자동차회사의 한달치 시내버스 생산량과 맞먹는 양을 일시에 주문하면서 버스 납품이 연쇄적으로 지연되고 있다.
일부 지자체들은 “자동차회사가 ‘최대 고객’인 서울시에 먼저 공급하기 위해 다른 곳에는 시내버스 공급을 미루고 있는 것 같다”며 의혹의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
또 2000년 10월 공포된 대기환경보전법에 ‘2004년 7월 1일부터 시내버스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종전의 60%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규정된 것도 버스 수요 급증의 주 원인이다.
이 규정에 따라 다음달 1일 이후 등록하는 시내버스는 배출가스 감소장치(한 개에 700만∼900만원)를 추가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차량(CNG는 한 대에 8900만원) 가격이 그만큼 오르게 된다.
이에 따라 운송회사들은 올해 차령이 끝나는 시내버스를 가격이 오르기 전에 새 버스로 교체하기 위해 대거 주문에 나선 것.
▽자동차회사와 자치단체 입장=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올해 버스 주문량이 많다고 생산라인을 증설할 수는 없다”며 “하반기부터는 주문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연말이 가까워지면 버스 공급이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시내버스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분석은 이미 지난해 나왔는데 자동차 회사가 생산시설을 늘리지 않은 것은 국민의 불편을 외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울산=정재락기자 raks@donga.com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대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
연도별 버스 생산과 내수, 수출량연도총 생산량내수수출 199922만828215만38897만8522200024만628815만88218만3585200122만502716만44986만7871200221만605915만44295만9802200316만750611만35174만65542004.1∼4월(2003.1∼4월)4만454(6만3270)3만678(4만920)9681(1만2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