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연 10만달러 이상을 해외에 송금한 은행 고객들에 대해 불법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해외송금 영업을 하고 있는 각 은행으로부터 12개월간의 해외송금 규모가 10만달러 이상인 고객의 명단과 송금액 등에 관한 자료를 넘겨받아 불법송금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조사대상 기간은 작년 1월 1일부터 현재까지다. 예를 들면 작년 1∼12월, 작년 4월∼올해 3월 등 12개월간의 송금액을 합산해 10만달러 이상이면 조사 대상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제출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송금 주기와 횟수, 송금대상 지역 등에 대한 정밀 분석 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일시적으로 특정 지역에 대규모 자금을 송금하는 등 미심쩍은 부분이 있는 고객에 대해서는 송금 목적 등을 직접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번 조사에서 한국은행에 신고하지 않고 해외 부동산이나 골프장 회원권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난 사람은 외환거래정지 등 행정조치나 형사 고발을 하고 관련 자료를 검찰, 국세청 등에 넘길 방침이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도 불구하고 금융계에서는 해외송금을 막을 실질적인 대책은 없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금융계 관계자는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계 은행 계좌에 거액을 예치한 뒤 이를 담보로 해외에서 현지 통화로 대출받을 수도 있다”며 “해외로의 대량 송금을 근본적으로 막는 방법은 국내 경제 환경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해 부자들이 해외송금의 유혹을 떨치도록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