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키나와에 주둔 중인 미 해병대가 올해 들어 활동 범위를 동남아시아 일대로 넓혀 동남아 국가들과의 합동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도쿄신문이 13일 보도했다.
전 세계 미군 재배치에 맞춰 주일미군을 중심으로 동남아에 대한 즉시 대응 태세를 갖추는 한편 대만 문제와 관련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는 지난달 중순 태국에서 필리핀 싱가포르 몽골과 함께 대규모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전투 병력을 태운 미군 헬기는 4월 말 오키나와를 출발해 필리핀 서부의 섬과 보르네오섬(말레이시아 영토), 싱가포르 등에서 급유를 받은 뒤 태국으로 이동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훈련 자체의 의미 못지않게 미군 병력의 이동 및 보급 경로에 주목하고 있다. 미 해병대가 오키나와-필리핀-보루네오-싱가포르-말레이시아를 거쳐 태국에 이르는 보급로를 이용하기 시작한 것은 올해 초부터. 미군은 이 루트를 ‘동남아 에어브리지’라고 부른다.
오키나와의 미 해병대 대변인은 “대규모 훈련을 위해 이동할 때는 주로 함선을 이용하지만 필요할 경우 항공기가 공중 또는 지상에서 연료를 제공받아 목적지로 향하는 훈련도 실시한다”고 말해 이번 훈련의 목적이 동남아에 대한 신속한 병력 투입과 보급망 점검임을 시사했다.
미국은 동남아에 군사기지가 없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과 상호군사보급지원협정을 체결해 놓고 있다. 한 미군 지휘관은 “주기적으로 훈련을 하다보면 해당국의 시설을 언제든 사용 가능한 중계지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신문은 동남아 국가들도 미군의 지도를 받아 자국 군대의 전투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에서 미군과의 합동훈련에 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