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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업체 “공식 인증서 붙은 만두재료 썼는데…”

입력 | 2004-06-14 18:32:00


《‘만두 파동’의 장기화로 만두 소비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선의의 피해를 보는 업체들이 늘어나는 등 만두업계 전체가 고사(枯死) 위기에 몰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만두생산 업체 대표의 투신자살을 계기로 불량 만두재료 유통의 근본 책임이 정부당국에 있고, 만두업계의 항변에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또 정부의 시급한 대응을 통해 정상적인 만두 소비를 촉진해야 한다는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만두업계 실태=대기업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과 자체 판매로 1년 매출액이 200억원에 달했던 A식품 관계자는 “만두 파동 이후 매출이 10분의 1 이하로 떨어진 뒤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의 백화점에서 손만두집을 운영하는 이모씨(55·여)는 “이번 일과 아무 관계가 없는데도 매출이 평상시의 25%로 떨어졌다”며 “불량 재료를 쓰지 않는다고 광고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만두 제조업체의 경우 급속냉동시설 등 설비투자에만 수십억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매출 급감으로 중소업체부터 연쇄도산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제조업체들의 항변=업체들은 “결과적으로 불량 만두를 만들게 됐지만 우리도 모르고 납품받았던 피해자이니만큼 이를 감안해 달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업체들이 우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정부의 허술한 식품검사 체계. 만두소 납품업체들이 식품의약품안전청 공인 식품검사대행기관에서 발급한 식품인증서를 제시하는데 이를 어떻게 안 믿을 수 있었겠느냐는 것.

으뜸식품에서 불량 만두소를 납품받은 S사 관계자는 “무말랭이를 납품받을 때 외형만으로는 문제점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납품업체가 공인 식품인증서를 제시해 하자가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업체들은 또 “정부가 불량 재료 유통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아 제조업체들이 불량 만두소를 사용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으뜸식품의 관할 행정기관인 경기 파주시가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이 회사의 위법사실을 적발하고서도 단속 및 관리 감독을 철저하게 하지 않아 문제를 키웠다는 것.

▽정상적인 만두 소비는 재개돼야=이에 대해 관계자들은 “옥석을 가리는 정상적인 만두 소비는 재개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식약청 관계자는 “문제가 된 불량 만두 대부분이 이미 판매되거나 폐기된 만큼 현재 유통 중인 만두는 정상적으로 만들어진 제품”이라고 말했다.

서울환경연합 오유진 간사(34·여)는 “선의의 피해를 보는 업체가 없도록 정부가 나서고 국민도 적극 협력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생협연합회 김은희 식품안전활동팀장(36·여)은 “소비자들이 만두에 등을 돌린 것은 정부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정부가 식품에 대해 믿을 만한 검증결과를 내놓는다면 국민은 언제라도 다시 만두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두 판매점을 운영하는 백혜원씨(45·여·서울 마포구 망원동)는 “1, 2일 전부터 손만두는 유해하지 않으냐고 묻는 손님들이 생기고 있다”며 “믿을 만한 음식을 제공한다는 신뢰가 회복되면 손님들이 다시 몰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정양환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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