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이전 문제와 관련해 반대론자들은 대통령을 상대로 한 대법원장이나 서울시장의 ‘권한쟁의 심판청구’가 가장 확실한 법률적 대응 방안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이들의 청구가 이뤄질까.
특히 대법원장 등의 권한쟁의 심판 청구 기한이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의 시행일로부터 60일이 되는 16일로 끝나기 때문에 그 실행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근거는 법원조직법 12조와 서울특별시행정특례법. 이들 법은 각각 ‘대법원은 서울에 둔다’ ‘서울은 수도로서의 특수 지위를 누린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특별법을 근거로 대법원의 위치를 옮기거나 서울시의 특수 지위를 빼앗는다면 대통령을 상대로 한 권한쟁의 심판 청구가 가능하다는 것.
하지만 당사자들은 권한쟁의 심판청구에 소극적인 입장. 대법원 관계자는 14일 “아직까지 (권한쟁의를) 검토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도 대법원과 협의해 이전을 추진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대법원이 옮기지 않겠다고 입장을 정하면 이를 무시하고 강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서울시 역시 권한쟁의 문제를 검토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런 소극적인 태도가 현 정권과의 갈등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사법개혁 문제나 내년에 있을 대법관 대거 교체를 앞둔 대법원장이나, 대권(大權) 도전을 염두에 둔다면 충청권의 민심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 모두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이 문제의 ‘중심’에 서기를 꺼린다는 것.
하지만 헌재를 통해 다툴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는 당사자들이 다른 이유로 권리를 포기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견해도 있다.
▼권한쟁의 심판▼
국가기관 상호간 또는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권한 다툼이 있을 때 헌재에서 이를 가리는 절차. ‘국가기관이나 해당 단체의 장(長)’에게만 청구 권한이 있다. 즉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서는 대법원장이나 서울시장이 정부를 대표하는 대통령을 상대로 심판청구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