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황금사자기 우승을 차지한 신일고 선수들이 장호연 감독을 행가레치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모습. 이훈구기자
신일고와 황금사자는 역시 궁합이 잘 맞았다.
신일고는 제57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며 통산 8번째 우승컵을 안았다. 대회 최다 우승 기록을 1회 더 늘린 것.
신일고가 처음으로 정상에 오른 무대도 바로 황금사자기 대회였다. 야구부가 창설된 1976년에 '황금사자'를 품에 안은 것. 그만큼 황금사자기 대회와는 각별한 인연을 지녔다.
지난해 7월4일 동대문구장에서 열린 신일고와 천안 북일고의 결승. 우승을 향한 마지막 승부답게 최다 우승팀 신일고와 2년 연속 우승을 노린 천안 북일고의 한판 대결은 경기 막판까지 불꽃을 튀겼다.
준결승전까지 4경기 가운데 3경기에서 콜드게임승을 거둔 신일고는 1회 말 먼저 1점을 뽑아 기선을 제압했다. 3회에는 선두타자 김준식의 가운데 안타를 시작으로 4안타와 2볼넷 1실책을 묶어 연속 6명이 출루하며 3점을 보태 4-0으로 앞서 나갔다. 신일고의 승리가 눈앞에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타이틀 방어를 포기할 수 없다는 듯 천안 북일고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7회 초 연속 볼넷과 희생타로 만든 1사 2, 3루에서 폭투로 1점, 뒤이은 볼넷 2개와 희생타로 1점을 뽑아 2점차까지 쫓은 뒤 백성칠이 3점 아치를 그려 단숨에 5-4로 전세를 뒤집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신일고는 7회말 1사 후 임훈이 가운데 안타로 출루한 뒤 나지완의 땅볼과 김준식의 오른쪽 안타로 홈을 밟아 승부는 원점.
분위기를 추스른 신일고는 8회말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1사 후 이수범의 오른쪽 깊숙한 3루타에 이어 최진택의 왼쪽 안타로 다시 6-5로 재역전. 이어 오도훈의 2루타 등 연속 3안타로 2점을 추가해 대세를 결정지었다. 최종 스코어는 9-5.
신일고가 1997년 이후 6년 만이자 2000년 들어 처음 정상에 복귀하는 순간이었다.
신일고 장호연 감독은 "프로야구에서 우승한 것보다도 더 감격스럽다"면서 눈물을 글썽였다.
결승전에서 결승타를 포함해 5타수3안타를 몰아친 최진택은 최다안타상(10개)과 함께 최우수선수에 뽑히는 영광을 안았다. 대회 1회전부터 결승전까지 5경기에서 20타수 10안타 타율 0.500 4타점.
전년도 대회에서 77년 창단된 천안 북일고의 첫 우승을 이끈 데 이어 2년 연속 팀을 결승까지 올린 왼손투수 김창훈은 올해 한화에 입단해 신인왕 후보로 거명될 만큼 차세대 스타로 떠올랐다.
유독 황금사자기 대회에서만 우승이 없는 부산고는 징크스 탈출에 다시 실패했다. 성남고와의 준준결승에서 2-6으로 뒤진 9회말 5점을 뽑아내며 기적 같은 역전승을 거둘 때만 해도 무관의 한을 푸는 듯 했다. 천안 북일고와의 준결승에서도 0-6까지 뒤지다 8회와 9회 잇달아 3점을 뽑아 6-6 동점을 만들며 극적인 역전승을 노렸으나 연장 10회말 통한의 1점을 내줘 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부산고는 72년 제26회 대회 결승에서 군산상고에게 9회까지 4-1로 앞서 우승을 눈앞에 뒀으나 4-5로 믿기지 않는 역전패를 허용한 뒤 우승과 인연이 멀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