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꿈나무'가 시들고 있다.
최근 대한축구협회가 한국청소년대표팀(16세 이하)을 대상으로 실시한 체력 및 메디컬 테스트 결과 30%이상이 과 훈련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협회는 지난달 말 소집훈련을 한 대표팀 선수들을 대상으로 내과적 검사는 물론 각 몸의 부위별 진단을 실시했다. 로버트 앨버츠 청소년대표팀 감독은 "약 30% 정도의 선수들이 지나친 훈련으로 성장에 장애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2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메디컬 테스트(장소 서울 방화동 메디메이저) 결과 약 70%의 선수가 한달에 20일간 만성피로를 호소하고 있었다. 15명이 허리근육 손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니었고 심지어 연골손상(3명)과 아킬레스건염(2명) 증상을 보이는 선수도 드러났다.
운동의 기본인 유연성도 기대에 못 미쳤다. 허벅지 햄스트링 이완 각도(누워서 다리 올리기)가 90도가 정상인데 평균 70도, 아킬레스건 이완 각도도 30도가 정상인데 평균 15도밖에 안됐다. 발목이나 무릎, 등(척추)이 아픈데도 계속 훈련하다 보니 아프지 않는 신체부위를 상대적으로 많이 쓰는 바람에 근육이 굳어져서 나타나는 현상.
20명 정도가 과사용증후군(근육 인대 관절 이상)과 과훈련증후군(심장 박동이상, 몸의 산성화)을 보이기도 했다.
앨버츠 감독은 "발목과 무릎, 등, 어깨 등에서 고질적인 부상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과학적이고 효과적인 훈련방법으로 선수들의 미래를 생각하는 훈련을 해야 하는 데 선수들을 너무 혹독히 몰아붙여 나타난 현상"이라며 애석해 했다.
대표팀의 메디컬 테스트를 담당한 나영무 협회 의무분과위원(메디메이저 원장)은 "15명이 재활훈련을 받고 있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다. 문제는 선수들이 그런 증상을 그저 훈련을 많이 해 피곤하다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고 말했다. 나 위원은 "청소년대표는 그나마 상태가 양호한 선수들을 위주로 뽑았다. 일선 현장에선 이보다 더욱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축구선진국에선 유소년들의 경우 훈련시간이 많아야 하루 2~3시간. 그러나 한국에선 2002년 일산백병원 설문조사(축구선수 138명) 결과 새벽 오전 오후로 나눠 최대 7시간, 평균 4.57시간이나 된다. 결국 성적지상주의적인 학원축구의 문제점이 이번에도 그대로 표출된 것이다.
나영무 위원은 "성인대표팀은 이보다 훨씬 심각하다. 성장기에 과훈련을 하다보니 대부분의 선수들이 근육이나 관절에 고질적인 병을 앓고 있다. 청소년대표가 국가대표로 이어지는 비율이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것(약 30%)도 과훈련 때문"이라고 말했다.
몸 상태가 이렇다보니 민첩성(Speed Agility)과 스피드 지구력(Speed endurance), 파워테스트, 복근테스트에서도 예상보다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앨버츠 감독이 구체적인 수치는 밝히지 않았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