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경제드라마 ‘영웅시대’ 천태산 역의 차인표(37)는 “극중 나이 19세가 쑥스러워서 제작진에게 20대로 올려달라고 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MBC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모델로 삼았다고 해도, 천태산은 허구의 인물입니다. 사실 정주영인지 김두한인지 모르겠어요. 열 명씩 때려눕힐 정도로 싸움을 잘 하고, 쌀도 두 가마니씩 들고 다닙니다.”
7월 5일 처음 방영되는 MBC 100부작 경제드라마 ‘영웅시대’(극본 이환경·연출 소원영 박홍균·월화 오후 9:55) 천태산 역의 차인표(37). 그는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이 모델인 국대호 역의 전광렬과 함께 5·16 군사쿠데타 직전인 36회까지 이 드라마를 이끌고 나간다.
차인표는 14일 전북 군산시 군산항에서 19세의 천태산이 1930년대 인천부두 하역장에서 일하는 장면을 찍었다. 근처의 한 식당에서 만난 그는 ‘조장(組長)’이라고 씌어진 흰 천을 왼팔에 두르고 허름한 노동자복을 입고 있었다.
그는 “주경야독하는 건강한 청년인 천태산은 요즘 젊은이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을 것”이라며 배역에 흡족해했으나, 천태산이 정 전 명예회장이라고 하는 시각에는 부담이 적지 않음을 드러냈다.
“일부러 (정 전 명예회장에 대한) 공부를 하지 않았습니다. 제작진도 그렇게 요구했고요. 그런데 얼마 전 매니저로부터 그 분의 자서전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1992년)를 받아보니 재미있더군요.”
차인표는 “정 전 명예회장은 경제에 좋은 영향을 많이 끼쳤지만 그 성공은 수많은 노동자들의 피와 땀이 뒷받침된 것이다. 아주 가난하게 시작해서 부자로 커 나가는 천태산의 삶을 통해 그런 이면까지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그룹으로부터 접촉은 없었는가”란 질문에 차인표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2002년 월드컵 홍보대사를 할 때 만난 정몽준 의원을 비롯해 여러 현대 관계자들과 알고 지냅니다. 하지만 드라마 때문에 접촉한 적은 없어요. 정치와 관련된 부분은 (천태산의 장년 시절 이후를 맡은) 최불암 선생님이 걱정하셔야 할 문제죠(웃음).”
차인표는 대표적 한류 배우로, 중국 및 동남아에서 10월 방영 예정인 대만·홍콩 합작드라마 ‘톈뤄유칭(天若有情)’에서 부동산 재벌로 등장한다.
“제게 돈 많은 역이 어울리나 보죠? 하지만 가난한 역이 촬영할 때는 더 재미있어요. 한여름에 양복 안 입어도 되고, 아무데나 자유롭게 쭈그려 앉아도 되고.”
탤런트 신애라와의 사이에 1남을 둔 그는 “가족과 도저히 떨어져있지 못하겠더라”라며 다음 중국 촬영 때부터는 식구들도 데려가고 싶다고 말했다. ‘목포는 항구다’ 등 여러 편의 영화를 찍은 그가 멜로영화를 고사하는 이유도 가족과 무관치 않다.
“연예인 부부여서 관객들이 우리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잖아요. 시치미 뚝 떼고 영화에서 로맨스를 하려고 하면 저도 관객도 적응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군산=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