解弛라는 말은 아무리 경계해도 지나침이 없는 말이다. 어느 위치,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자신의 자리에서 긴장을 풀어서는 아니 된다. 극도로 산업화된 오늘날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직업윤리나 도덕적 解弛가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전 사회에 비해 道德(도덕)과 倫理(윤리)의 구속력이 그만큼 줄었기 때문이다.
解는 지금의 자형에서도 그 뜻을 정확하게 살필 수 있는 글자로, 소(牛·우)의 뿔(角·각)을 칼(刀·도)로 분리해 내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다만 갑골문에서는 칼이 두 손으로 되었을 뿐 나머지는 같다. 칼 대신 손으로 뿔을 解體(해체)하여 갈라내는 모습이다.
그래서 解는 解體가 원래 뜻이며, 이후 理解(이해)하다는 뜻도 가지게 되었는데 理解를 위해서는 ‘옥의 무늬 결(理)을 살피듯 그 특성을 자세히 풀어서(解)’ 解釋(해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옛사람들도 마음이 느슨해지는 것을 가장 경계했던 때문일까? 마음(心·심)이 풀어지는(解) 것을 표현하기 위해 특별히 心을 더하여 懈를 만들었다. ‘자나 깨나 게으르지 않는 것(夙夜匪懈·숙야비해)’, 그것은 지금도 여전히 가장 큰 자산이리라.
弛는 弓과 也로 구성되었는데, 弓은 활을 그린 상형자이다. 也의 자형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설문해자’에서는 소전체에 근거해 여성의 음부를 그린 것으로 풀이했다.
也는 이미 어조사로 쓰여 원래의 뜻을 살피기 어렵지만 也로 구성된 다른 글자들에서 也가 여성의 상징임을 여전히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地(땅 지)는 ‘대지(土)의 어머니(也)’로 모든 만물을 생성케 하는 근원이이며, 池(못 지)는 ‘물(水)의 어머니(也)’로 모든 물을 포용하여 한 곳으로 모이게 하는 존재이다. 그런가 하면 (물그릇 이)는 ‘여성(也)이 사용하던 물 그릇(방·방)’으로 옛날 시집갈 때 가져가던 대표적인 청동기의 하나였다.
弛는 활시위를 느슨하게 하다는 뜻이다. 특히 전쟁에서는 언제나 활시위를 팽팽히 당겨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戰場(전장)에서 경계를 게을리 하는 요인에는 女人(여인)보다 더한 것은 없다. 혹 美人計(미인계)의 유혹을 경계한 글자가 弛가 아닐는지?
하 영 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