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정수도 후보지로 선정된 충북 음성―진천군과 충남 천안시, 연기군―공주시, 공주―논산시 지역은 어떤 곳인가. 이들 후보지 대부분은 그동안 전문가들에 의해 꾸준히 거론됐던 곳이다. 다만 충북 오송지구가 제외되고 음성―진천군이 선정됐으며 종종 거론됐던 대전 서남부권과 충남 아산권도 빠졌다. 4개 후보지의 입지 여건과 장단점, 현지 주민들의 반응을 알아본다.》
▼음성-진천…수도권서 車로 40분▼
충북 음성―진천지역은 행정수도의 관문이 될 수 있는 청주공항과 30여분, 중부고속도로가 통과하기 때문에 수도권과 40여분대 거리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다.
농업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접근성이 좋은 탓인지 10여년 전부터 기업들이 하나둘 입주하기 시작해 이제는 중부권을 대표하는 신흥공업지역으로 떠올랐다.
현재 이곳에는 금왕, 삼성, 덕산, 광혜원 등 11개 지방산업단지가 입주해 충북도 내 전체 공장수(5382개)의 40%가 넘는 2200여개의 공장이 가동 중이다.
이 때문에 해마다 인구가 줄고 있는 충북도 내 다른 지역과는 달리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대부분 농지와 낮은 구릉지로 돼 있어 개발이 쉬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부고속도로와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철도 이용이 어려운데다 수도권과 인접해 있어 수도권 인구 유입을 부추길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 단점이다.
국토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화 해소라는 당초 행정수도 이전 취지를 만족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곳 주민들은 대체적으로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진천군 덕산면 묘봉리 서범석 이장(43·농업)은 “예상 못한 일이지만 환영한다”면서 “수도권과 가까워 행정수도로 적절한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우철균씨(34·진천군 대소면 오산리)는 “행정수도 후보지에서 충북을 배제할 경우 반발을 우려해 ‘들러리용’으로 선정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충북 청원군 강외면 이장단협의회 박상묵 회장(45)은 오송이 배제된 것과 관련해 “신행정수도가 오면 낮은 보상가와 규제 강화 등으로 발전이 퇴보한다는 분위기였는데 후보지에서 제외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진천=장기우기자 straw825@donga.com
▼천안…교통 사통팔달▼
충남 천안지역은 경부고속도로가 내부를 관통하고 있으며 경부고속철도와 경부선, 장항선이 인접해 사통팔달한 곳이다. 중심부엔 백운산(240m)이 위치해 있다.
천안시에서 6km, 청주에서 13km가량 떨어져 있으며 서울에서는 자동차로 50분(경부고속도로 목천 나들목)가량 걸린다.
또 올해 10월 수도권 전철이 천안까지 개통되며 예산과 진천(충북) 등을 연결하는 국도 21호선이 8월 이 지역을 통과해 개통되기 때문에 교통 여건이 더욱 좋아지게 된다.
이 지역은 천안에서 가까우면서도 남북으로 길게 늘어진 상남산과 중남산에 막혀 그동안 개발에서 소외돼 왔다.
논밭과 구릉지가 많고 대부분의 산은 높지 않아 개발이 어렵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청댐에서 물을 끌어다 쓸 수 있으며 이 지역을 흐르는 지방하천(병천천 광기천 승천천 등)도 수량이 풍부한 편이다.
인근의 성거산을 백제의 첫 도읍지인 위례산성으로 추정하는 학자들도 적지 않아 역사적 의미도 있다.
다만 수도권과 너무 가까워 국토균형발전이나 수도권 집중 완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고속철도 개통으로 천안은 이미 ‘서울시 천안구’로 불리고 있다.
지역민들은 행정수도 후보지로 선정됐다는 소식에 “우리 지역이요?”라며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성남면 석곡리 이권석 이장은 “우리 지역이 행정수도 후보지가 될 것으로는 전혀 기대를 하지 않았다. 어안이 벙벙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땅값도 거의 오르지 않은 상태다. 논의 경우 도로변은 20만∼30만원가량에 매매되고 있으나 나머지 지역은 10만원 안팎이다. 준농림지역도 도로에 인접한 땅만 10만원이 조금 넘는다.
천안=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연기-공주…구릉지 많아 개발 쉬워▼
충남 연기―공주지역은 제3공화국 때의 천도 계획인 이른바 ‘백지계획’의 중심이었던 공주시 장기면을 동남쪽인 연기군으로 확대한 구상이다.
후보지 중심부인 연기군 남면 양화리에 전월산(260m)이 위치해 있으며 충청권의 ‘젖줄’인 금강과 미호천이 합류하는 곳이기도 하다. 주변 경관이 아름답고 금강이 흘러 한강을 사이에 둔 서울 강남과 강북을 연상케 한다.
서남쪽으로 현재 건설 중인 당진∼상주 고속도로가, 동쪽으로는 경부고속철도와 경부고속도로가 인접해 있어 최상의 교통 여건을 갖추고 있다.
백지계획에 의해 천도지로 결정됐던 장기면도 남쪽으로는 장군봉(354m), 북쪽으로는 국사봉(213m) 등 야산이 병풍처럼 둘러싼 분지로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지형을 갖추고 있다.
수백명의 전문가들이 참가해 총 25권으로 작성한 백지계획에 따르면 인구 50만∼100만명의 입주를 가상한 장기면의 행정수도는 청와대와 중앙청(정부청사)이 가운데 위치하고 이를 바라보며 왼쪽에 사법부, 오른쪽에 입법부가 들어서는 대칭형 구조로 돼 있다. 논밭과 야산으로 이뤄진 구릉지가 많아 개발이 용이하다. 대전과 청주에서 10km쯤 떨어져 있어 기존의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하지만 충북 음성·진천 후보지에 비해 공항과 다소 멀다는 게 단점.
신행정수도 후보지로 거론되면서 최근 3년 사이 땅값이 배 이상 뛰어 보상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면 하봉리 이장 윤승현씨(58)는 “최근 마을에 부동산중개업소가 2개에서 30개로 늘어나는 등 70년대 모습이 재현되고 있다”며 “이번에는 차질 없이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주=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
▼공주-논산…대전 인프라 활용 가능▼
충남 논산―공주 지역은 노성산(315m), 계룡산(829m)으로 둘러싸인 분지다. 천안∼논산 고속도로와 호남고속도로, 호남선 철도가 인접해 있다.
무학대사가 천도하려 했다는 신도안(충남 계룡시)과는 계룡산 국사봉을 사이에 두고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신도안이 행정수도의 적지로 거론돼 왔다. 이 지역은 신도안이 행정수도가 되면 계룡산에 터널을 뚫어 연계도시로 만들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대전시와 13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행정수도가 되면 대전을 인프라로 활용할 수 있어 이전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특히 대전시는 이 지역으로 통하는 서남부권을 대규모 택지로 개발하고 있어 배후도시의 역할도 가능하다.
국토의 중심에서 서남쪽으로 치우쳐 전국 각지와의 연결성이 부족하다. 또 대전과 인접해 있어 행정수도를 독립형 신도시로 개발한다는 정부 방침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지역민들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상월면 한천리 이형우 이장(55)은 “연산면과 경계인 대우리, 국사봉 아래 대명리, 신원사 앞 상도리, 한천리 등이 평평한 데다 경관이 좋다”며 “주민들은 대체로 발전에 대한 기대가 높다”고 말했다.
신도안 지역이 행정수도 후보지로 거론되면서 덩달아 땅값이 올랐지만 그다지 비싸지는 않다.
상월면의 경우 국사봉 밑 금강대 인근이 20만∼30만원대로 가장 비싸고 매물이 없다. 상월면 한천리 등은 절대 농지를 기준으로 3만∼4만원대, 도로 주변은 5만∼6만원대로 2년 사이 2∼5배가량 올랐다.
계룡면의 경우 상월면에 비해 투기는 없었다. 계룡면 양화리 박광현 이장은 “전원 주택지 거래가 간간이 있을 뿐 대규모 땅 투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논산=지명훈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