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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특집]현장에서/새 고객 잡기보다 기존고객 살펴라

입력 | 2004-06-16 16:31:00


“제발 여기 이름만 써 주세요. 오죽하면 기자실까지 찾아왔겠어요. 오늘까지 지점실적 못 채우면 지점장님이 사표를 써야 할 지경이거든요.”

9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에 있는 전국은행연합회 기자실에 모 시중은행 여직원 두 명이 찾아왔다. 이들은 10여명의 기자들에게 “제발 도와 달라”고 애원하며 관련 카드회사의 신용카드 발급 신청서를 들이밀었다.

10일에는 ‘선배님 안녕하세요?’라는 제목의 e메일이 배달됐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한 은행 영업사원이 신용대출을 받으라고 권했다. ‘기존의 대출을 갚아드리고’를 ‘갚아들이고’라고 잘못 쓰는 등 전날의 여직원들처럼 상황이 다급해 보였다.

최근 금융회사들이 새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신용불량자가 400만명에 육박하면서 고객층이 얇아지자 아직 신용이 살아 있는 금융소비자들을 놓고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량 고객일수록 돈을 빌릴 필요가 없고 다른 거래 회사가 있다. 마음을 돌리려면 상당한 공을 들여야 하고 이 과정에 무리가 따르기도 한다.

그러나 새 고객을 늘리려고 혈안인 금융회사들이 정작 기존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그만큼의 노력을 하는 것 같지는 않다.

기업에 대한 고객의 만족도 및 충성도를 측정하는 ‘넷 프로모터 지수’라는 것이 있다. 충성심을 가진 고객은 가까운 친구나 이웃에게 거래 기업을 추천한다는데 착안한 것으로 숫자가 양수이고 클수록 ‘추천하고 싶다’는 고객이 많다는 뜻이다.

미국계 컨설팅사인 ‘베인 앤드 컴퍼니’가 지난해 11월 미국과 한국의 금융 업종 소비자들을 조사한 결과 은행 업종의 넷 프로모터 지수는 미국이 19.1, 한국은 ―10.4였다.

한번 인연을 맺은 고객과 오래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나타낸다는 것은 경영학의 상식이다.

한국의 금융회사들은 새 고객을 잡으려고 직원들을 거리로 내몰기보다 기존 고객을 한 번 더 살펴보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