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에 이라크가 연계되지 않았다는 미국의 공식 보고서가 나왔다.
미국 의회의 ‘9·11테러 진상조사위원회’는 2001년 발생한 9·11테러와 관련해 이라크가 이 테러를 일으킨 이슬람 테러 조직 알 카에다에 협력했다는 ‘신빙성 있는 어떠한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위원회는 이날 공개한 보고서 초안에서 알 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 1990년대 초 아프리카 수단에서 이라크 고위 관리들을 만나 ‘협력 가능성’을 타진했으나 이라크로부터 어떠한 협조도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당시 빈 라덴이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알 카에다의 조직원 훈련 장소와 무기 확보를 위해 협조를 구했으나 이라크는 이에 회답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이라크 고위 관료는 수단을 3차례 방문했으며 1994년 빈 라덴을 만났다.
보고서 초안은 또 “빈 라덴의 고위 보좌관 2명이 이라크와 알 카에다의 연계 가능성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면서 “이라크와 알 카에다가 서로 협력해 9·11테러를 자행했다는 아무런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결론짓고 있다.
이 보고서는 파키스탄에 대해서는 “미국이 2001년 아프가니스탄과 전쟁을 벌이기 전까지 탈레반 정권을 도왔다”고 덧붙였다. 당시 탈레반 정권은 빈 라덴을 숨겨주고 있었다.
이 위원회의 최종 공식 보고서는 다음달 부시 행정부에 전달될 예정이다. 한편 딕 체니 부통령은 14일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을 두고 “테러리즘의 후원자”라며 “알 카에다와 오랜 유대 관계를 맺고 있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워싱턴=외신 종합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