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 아동이 병원을 전전하는 일 없이 한곳에서 치료는 물론 법률 지원까지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18일 서울 마포구 신수동 서강대 정문 옆에 문을 여는 ‘해바라기 아동센터’의 신의진 운영위원장(40·연세대 의대 소아정신과 교수)은 이 기구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해바라기 아동센터’는 여성부가 13세 미만의 아동이나 정신지체장애인의 성폭력 사건에서 발생하기 쉬운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연세의료원에 위탁해 운영하는 기관. 상담에서부터 의료 및 사건조사와 소송 지원에 이르기까지 성폭력 피해 아동에 대한 모든 지원체계를 갖췄다.
성폭력 피해를 당한 어린이들은 정신적 및 신체적 외상에 시달리는 데다 병원의 각 과에서 며칠에 걸쳐 진료를 받느라 지치기 쉽다. 한술 더 떠 경찰관뿐 아니라 검사와 판사 앞에서 자신이 당한 일을 설명하느라 고문에 가까운 고통을 당한다.
“피해아동이 들어오면 상담과 동시에 소아정신과 소아과 비뇨기과 산부인과 소아정형외과 등 필요한 진료예약이 끝납니다. 피해아동은 최대한 편안한 분위기에서 피해 정도를 진단받고 치료를 받으며 수사에 사용될 진술내용을 영상물로 녹화하기도 합니다.”
피해아동의 상담 및 진료비는 정부에서 부담한다.
신 교수는 1998년 의대 교수로 임용된 이래 많은 성폭력 피해자를 진료하면서 “여성으로 태어난 사명감을 느꼈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피해자는 병원 7, 8군데를 전전한 뒤였어요. 일반병원에서는 진술조서 쓰기를 꺼려해 진료를 거부하기 때문이지요. 원래 이 분야에 경험이 있는 의사도 드물었고요.”
신 교수는 1996년 미국 콜로라도대 의대에서 유학할 때 아동학대예방센터에서 훈련을 받은 것이 큰 도움이 됐다. 국내에 이 같은 센터를 만들어보자고 뛰어다니다 성폭력 문제에 집착하는 이유가 자신이 당했기 때문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성폭력예방교육은 비정부기구(NGO)에서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 치료나 가해자 검거 등은 전문가를 활용할 수 있는 정부기구가 담당해야 합니다. 피해자를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평생 후유증에 시달리지요. 가해자는 만성적인 아동기호증 환자이기 때문에 빨리 검거해야 다른 피해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그는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에 대한 성폭력이 많다”며 “성폭력 피해를 당한 어린이들은 극도의 정신적 혼란을 겪고 불안증세를 보이며 예전과는 다른 아이로 변한다”고 말했다. 02-3274-1375
김진경기자 kjk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