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이 '안티 국민연금' 네티즌을 향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17일 오후 민노당이 주최한 국민연금 토론회에서 같은 당 오건호 정책보좌관은 “연금제도 안티 운동이 뚜렷한 비전 제시 없이 계속된다면 오히려 진보적 시각에서 위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금제도의 결함을 주장하는 것은 옳지만 결과적으로 ‘연금폐지론’으로 확대될 경우 ‘시장화논리’를 강화하는 엉뚱한 결과로 귀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 보좌관은 이같은 주장의 근거로 ‘국민연금 8대 비밀’이라는 글을 일일이 적시한 뒤 “맞는 부분도 있지만 사실이 과장된 부분도 있고 버려야 할 생각들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그가 꼽은 대표적인 사례는 ‘부부가 보험료를 내다 남편이 사망하면 남편 몫은 연금을 받지못한다’는 부분.
그는 “이 경우 미망인은 5년간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고 그 이후 50세 부터는 다시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는데도 무조건 못 받는 것처럼 알려진 것은 사실이 과장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같은 안티 네티즌들의 문제제기를 ‘연대(連帶) 철학이 결여된 시장주의’라고 지적하고 “버려야 할 생각들”이라고 말했다.
오 보좌관은 또 “‘사망한 남편 몫을 왜 못 받느냐’는 문제는 시장 논리 측면에서 보면 타당한 문제제기가 되겠지만 사회적 논리에서 보면 또다른 문제가 된다”며 “연금제도 자체가 1인 1연금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수급 조건이 평균 이상인 사람이 덜 받아야 평균(수급요건)에 못 미치는 사람이 연금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네티즌 문제제기로 불거진 이같은 사회적 갈등은 사회 개혁을 위한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리에 참석한 민노당 동료 의원들도 같은 견해를 폈다.
현애자 의원은 토론회 인사말에서 “8대 비밀이라는 글은 사실일 수도, 오해일 수도 있다”며 “정부가 받아들여야 할 것과 수정해야 할 것, 버릴 것을 가려내서 장기적 처방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 내내 방청석에서 참관한 조승수 의원 역시 ‘...8대 비밀’이라는 글에 대해 “일정 부분 맞는 얘기도 있지만 시장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한 대목이 있고 어느 부분은 지나치게 선동적”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민노당은 이 날 국민연금 문제가 여론화 되는 동안 당의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은 이유를 언급하기도 했다.
조승수 의원은 “정부의 법 개정안이 나오기 전까지는 오늘 토론회처럼 구체적인 당내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 보좌관은 “워낙 민감한 사안이어서 그동안 공식 입장을 밝히기가 조심스러웠다”고, 현 의원은 “오늘 토론회 자리는 민노당이 원내에 진출한 이후 국민연금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국회 헌정 기념관에서 3시간여 동안 진행된 이 날 토론회에는 보건복지부와 연금공단, 민주노총, 학계, 민노당 관계자 각 1인씩 참석했으며 토론자 상호 질의응답 없이 각자의 의견개진 형식으로 진행됐다.
김현 동아닷컴기자 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