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이전을 둘러싼 거센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관련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002년 대통령 선거유세 과정에서 “행정수도를 지방으로 옮기는 문제를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밝힌 사실이 드러나면서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수도 이전 계획에 대한 비판도 더 커지고 있다.▶본보 17일자 A3면 참조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는 15일 신행정수도 후보지 4곳을 발표하고 후보지 선정평가위원 80명을 선정했다. 이들은 21일 합숙에 들어가 27일까지 평가작업을 벌인다.
다음달 1일에는 후보지에 대한 부문별 평가점수와 종합순위까지 발표할 계획이다. 이어 지역 공청회를 거쳐 8월 중 최종 입지 선정까지 마칠 예정이다. 후보지 발표에서 최종 입지결정까지 두 달이 채 안 걸리는 셈이다.
또 최종 입지가 선정되지도 않은 이달 21일과 23일에는 행정수도가 어떤 모습으로 건설되면 좋을지를 논의하는 ‘신행정수도 건설기본계획’에 대한 공청회가 각각 대전과 서울에서 열린다.
이 같은 숨 가쁜 일정에 대해 이춘희(李春熙) 신행정수도건설추진단 부단장은 “이미 1년 전에 일정을 발표한 바 있다”면서 “후보지 및 후보지별 점수 공개도 특별히 일정을 앞당긴 것은 아니며 당초 예정대로 진행하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정부가 이제 와서 추진 일정을 미룬다면 오히려 국민에게 혼선을 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대의견도 많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수도 이전 문제를 국민투표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갈수록 우세해지고 있다.
수도 이전은 정부의 계획대로라고 해도 2007년 하반기에 착공식이 있고 2012년부터 행정기관과 주민의 입주가 시작된다. 2030년에야 수도 건설이 완결된다. 시작부터 완결까지 5개의 정권이 진행해야 할 국가적 대역사(大役事)다.
이에 따라 충분한 국민적 공감대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강행될 경우 정권이 바뀌면서 계획자체가 뒤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안제(金安濟) 추진위 위원장이 16일 한 인터뷰에서 “2007년에 신행정수도 건설의 착공식과 대통령 선거가 함께 있어 이때가 행정수도 사업의 중대 고비가 될 것”이라고 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정희윤(鄭熙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수도이전대책단장도 “수도 이전으로 나라가 발전하고 안하고를 떠나 30년 가까이 걸릴 작업이라면 일관성 차원에서도 국민적 합의를 얻어 축복을 받으면서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