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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종합]‘17세 영건’ 아테네金 신호탄

입력 | 2004-06-17 18:57:00

고교생 金신화 정조준92 바르셀로나 올림픽 사격경기에서 여갑순은 ‘여고생 금메달’의 신화를 엮어냈다. 그로부터 12년 후, 천민호가 아테네 올림픽 ‘고교생 금메달’ 신화를 준비하고 있다. 만점을 쏜 집중력과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대범함. 신화 재현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연합


한국 사격에 새로운 별이 떴다.

‘무서운 10대’ 천민호(17·경북체고 2년). 8월 아테네 올림픽을 앞두고 가파른 상승세다. 이런 페이스라면 올림픽 금메달도 문제없을 것 같다.

17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국제사격연맹(ISSF) 밀라노 월드컵 남자 10m 공기소총. 천민호는 598점으로 본선을 1위로 통과한 뒤 결선에서 103.6점을 보태 합계 701.6점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2위는 698.6점의 세르게이 코발렌코(러시아).

4월 아테네 월드컵(프레올림픽) 우승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사상 첫 월드컵 2연속 우승. 당시 천민호는 본선에서 599점으로 세계 주니어 신기록을 세우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 두 대회는 세계의 명사수들이 대거 출전한 아테네 올림픽 전초전이어서 천민호의 존재를 알리기에 충분했다. 특히 세계 랭킹 1위로 월드컵에서 7차례나 우승한 최강 요제프 곤치(슬로바키아)는 아테네의 은메달에 이어 이날 동메달에 그쳐 천민호에게 내리 두 번을 졌다.

천민호는 여갑순 강초현으로 이어지는 한국 사격 고교생 스타 계보를 이을 주역. 여갑순은 서울체고 시절인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냈고 강초현은 유성여고 졸업반이던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아테네 올림픽에서 남자 공기소총은 대회 초반부인 8월 16일에 열려 한국의 첫 금메달 기대를 부풀게 한다.

경북체육중 1학년 때인 2000년 사격 코치인 어머니 친구의 권유로 처음 총을 잡은 천민호는 4월 봉황기 전국사격대회(올림픽 대표 4차선발전)에서 국내 사격 사상 처음으로 600점 만점을 쏘며 주목받았다. 이런 활약으로 선배들을 모두 제치고 선발전 1위에 올라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의 이은철 이후 남자고교생으론 두 번째로 올림픽 태극마크를 달았다. 어린 나이지만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대범함과 놀라운 집중력을 구비해 타고난 특급 사수라는 평가.

한편 대표선발전에서 두 차례 만점을 기록한 조은영(울진군청)은 여자 10m 공기소총에서 결선 합계 501점으로 동메달을 추가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기대이상의 성적… 기본기 보강할터”

천민호의 목소리는 의외로 차분했다. 우승했으니 흥분할 법도 하건만…. 어쩌면 금메달이 당연하다고 여기는지도 모른다. 그만큼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우승 소감은….

“내 평소 기록만 쏘면 어느 정도 성적은 나올 줄 알았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한 것 같다. 기쁘다. 다시 시작하는 각오로 열심히 올림픽 준비를 하겠다.”

―고비는 없었는지.

“경기 전날 훈련하는데 감이 좋지 않았다. 총도 좀 이상해 코치의 도움으로 분해한 뒤 재조립하기도 했다. 결선에 들어가서는 초반에 잘 안 풀렸는데 그럴수록 더 집중하려고 애썼다.”

―고교생 대표로 주위의 기대가 큰데….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크게 의식하지 않고 훈련에만 집중할 생각이다.”

―아테네 올림픽 목표는….

“당연히 금메달이다. 남자공기소총의 올림픽 성적이 별로 좋지 않아 어깨가 무겁다. 자세 보강 등 기본기를 가다듬는 데 주력하겠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