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씨 “위에선 찍지 말아요”촬영 각도에 민감했던 전두환 전 대통령과 어디서 찍어도 ‘사진발’이 좋았던 노태우 전 대통령.
●정치인들의 이미지 메이킹
정치인은 ‘스타’다. 대중의 지지와 인기에 기반을 두고 존재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대중은 또 그에 걸맞은 이미지를 기대한다.
대중을 일일이 만나지 못하는 그들은 사진을 통해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한다. 그래서 정치인은 ‘이미지 메이킹’을 한다. 언제나 최고의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준비한다.
물론 이미지란 것이 의도하는 대로 표현되고 또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제일 무서운 것도, 제일 필요한 것도 사진기자’라는 말이 있다.
사진을 이용한 이미지 정치는 이미 오래된 일. 과거 독일의 히틀러가 반드시 자신의 눈높이 아래에서만 사진을 찍도록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밑에서 위로 찍으면 사람이 커 보이는 점을 활용해 자신의 작은 키를 감추고 위대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부각시켰던 것.
한국 정치에서도 이런 이미지 메이킹은 다양한 모습으로 진행되고 있다.
YS “날좀 보소” 먼저 손들어 시선 유도
세계 각국 정상이 모인 자리에서 항상 카메라를 자신에게 ‘집중’시켰던 김영삼 전 대통령.
김녕만 사진예술사 대표(전 동아일보 청와대출입 사진기자)는 “역대 대통령 중에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사진의 원리’를 가장 잘 이해했다”고 말한다. 김 전 대통령의 대표적인 포즈는 ‘창가에 서서 먼 산 바라보기’. 이 사진은 그를 늘 생각하는 대통령, 고뇌하는 대통령으로 보이게 했다.
그의 감각은 국제무대에서도 진가를 발휘했다. 각국 정상들이 모인 회담 사진에는 김 전 대통령이 중앙에 나온 것이 많다. 세계가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이 사진에는 가장 빨리 손을 드는 김 전 대통령의 민첩함이 숨어 있었던 것. 카메라는 ‘액션’을 취한 사람을 중앙에 놓고 사진을 찍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노 대통령-DJ “사진 안 좋아해요”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은 카메라 앞에서 포즈 잡는 게 늘 어색하기만 하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이와 달리 김대중 전 대통령은 사진 찍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카메라 앞에서 늘 비슷한 포즈를 취하는 바람에 다양한 모습의 사진이 필요했던 사진기자들이 애를 먹었다는 후일담. 노무현 대통령도 카메라 앞에 서는 걸 어색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가 하면 아예 특정한 각도에서만 사진을 찍어 달라고 주문하는 적극적인 정치인들도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에는 카메라가 대통령의 눈높이보다 높이 있을 경우 대통령 머리 ‘속’이 들여다보인다는 이유에서 ‘촬영고도제한’이 있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자민련 이인제 의원은 특정 각도에서만 사진을 찍도록 주문했는데 그 방향은 서로 달랐다.
98년 대선 당시 부드러운 이미지를 강조하고 싶었던 이 전 총재는 날카로워 보이는 턱 선이 두드러져 보이지 않도록 정면사진을 선호했다. 반대로 이 의원은 둥글둥글한 정면보다는 측면 사진을 주문해 박정희 전 대통령과 비슷한 이미지를 연출하려 했다.
●연예인 이미지 메이킹은…
스타들은 어떻게 최고의 사진을 연출할까. 스타들은 포토제닉을 위해 스타일이나 포즈도 준비하지만 각자의 개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소품을 활용하기도 한다.
긴 머리가 상징인 전지현은 ‘바람’을 이용해 자신의 이미지를 살린 케이스.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돼버린 ‘바람에 휘날리는 머릿결’로 청순미를 자신의 캐릭터화했다.
신민아는 ‘물’을 이용해 역동성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땀에 젖은 그의 어깨는 스포츠복 CF나 운동을 소재로 한 드라마에 단골로 나오는 이미지.
원빈은 ‘꽃’을 이용한 사진을 자주 찍어 자신의 ‘꽃미남’ 이미지를 살렸다. 이 밖에도 이정재는 담배연기, 정우성은 긴 더벅머리, 조승우는 눈물 등을 자신의 이미지 메이킹 소재로 활용한다. (사진 및 도움말: zoazoa·스튜디오 조선희)
김재영기자 ja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