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인간의 꿈이 황당한 판타지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일본 도쿄대학 다치 스스무 교수팀이 개발한 투명 망토(위). 아래는 영화 ‘투명인간의 사랑’. 동아일보 자료사진
투명 망토를 입으면 ‘해리 포터’에서처럼 감쪽같이 사라질 수 있게 될까.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첨단기술전시회 ‘넥스트페스트(Nextfest)’에 출품돼 다시 관심을 모은 투명 망토는 빛의 반사를 없애는 ‘정통’ 투명기법이라기보다 정교한 기구를 통해 착시현상을 유발하는 시각 위장기술이다.
일본 도쿄대학 다치 스스무 교수팀이 수년간 개발한 투명 망토는 빛을 반사하는 초소형 구슬로 코팅된 역반사 물질을 입힌 망토 겉감, 망토 뒤쪽에 달린 비디오카메라의 ‘합작품’이다. 뒤에서 카메라가 잡은 영상이 프로젝터를 거쳐 ‘스크린’의 기능을 하는 망토 앞면에서 ‘상영’되는 원리다. 이 과정에 시간 지체가 전혀 발생하지 않으며 망토처럼 평평하지 않고 주름진 스크린 위에도 투사가 가능한 까닭에 보는 이는 망토를 통해 뒤가 보인다는 착각을 하게 되는 것. 사진엔 맨눈으로 봐도 뒤가 비치는 듯한 효과가 나지만 실제로는 프로젝터 렌즈를 껴야 한다.
투명 망토가 그럴듯한 효과를 발휘하려면 망토 안에 초고속 컴퓨터와 6대의 입체 카메라, 1160만화소의 투영판 등이 필요하다. 장비를 간편하고 싸게 만들고 맨눈으로 볼 수 있도록 만드는 고비만 넘긴다면 이 기술의 잠재력은 대단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의 과학자 필립 모이니한은 ‘와이어드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아이디어가 아직은 맹아적 단계이지만 “의료 수술, 건설, 항공에 이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사가 수술할 때 자신의 손에 가려 보이지 않는 수술 부위 뒷부분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장갑을 낀다든가, 비행기가 착륙할 때 활주로 바닥을 볼 수 있도록 조종실 바닥을 바꿀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기술에 가장 관심이 높은 미래의 사용자는 미국 국방부다. 90년대 중반 모이니한씨와 과학자들은 미국 국방부의 의뢰로 스텔스 전투기 등이 카멜레온처럼 주위 환경의 색깔처럼 섞이는 ‘적응 위장술(Adaptive Camouflage)’을 개발하다 예산 부족으로 중단한 적이 있다. 모이니한씨는 투명 망토와 같은 기술이 진보한다면 “언젠가는 군인들이 주위의 이미지가 자신의 옷 표면에 보이도록 위장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예측했다.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