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청아출판사
“중앙아시아 사람들을 한국적 인식의 틀로는 붙잡을 수 없어요. 그들을 공간적, 역사적, 민족적 차원에서 묶을 수는 없고, 문화적 측면에서 포착해야 합니다.”
‘중앙아시아 - 대륙의 오아시스를 찾아서’(청아출판사)의 저자 장준희씨(37)는 1999년부터 5년째 우즈베키스탄에서 살고 있다. 한양대에서 문화인류학을 전공한 그는 1995년 경영학자이자 미래학자인 피터 드러커의 책에서 ‘다가올 제국’으로 소개된 중앙아시아에 관심을 갖게 됐다. 결국 석사과정부터 중앙아시아 지역을 연구한 그는 1999년 우즈베키스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에도 여행 컨설턴트와 지역전문가로 현지에서 생활하고 있다.
“한국인은 중앙아시아를 실크로드와 연결된 낭만적 공간으로 인식하거나 과거 서구 열강이 식민지를 바라보듯 열등한 존재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어요. 한국적 시각으로는 알면 알수록 모순덩어리로 비치는 중앙아시아의 실체를 제대로 알리고 싶었죠.”
그는 지리학적으로 애매한 중앙아시아의 범위를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아제르바이잔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크게 투르크족과 페르시아족으로 나뉘는 민족 중심의 설정이 아니다. 그렇게 치면 터키도 투르크족이고, 이란도 페르시아족이다.
“중앙아시아는 한국처럼 일직선으로 연결되는 역사를 갖고 있지 않아요. 페르시아, 몽골, 러시아라는 대제국의 지배를 받았고, 티무르제국 등 독자적 국가를 수립할 때도 몽골 전통의 칸과 페르시아 전통의 샤, 이슬람 전통의 술탄 등 다양한 지배자들이 명멸했으니까요.”
장씨는 ‘플로프’와 ‘나브루즈’로 대표되는 이 지역 공통의 문화에서 그 근거를 찾는다. 플로프는 양고기 비계로 볶은 비빔밥이고 ‘나브루즈’는 조로아스터교의 전통에서 기원한 중앙아시아식 음력 설(양력 3월 21일)이다. 이슬람 국가들이면서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도 중앙아시아 고유의 전통이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전통 때문에 그들은 새로운 것을 쉽게 받아들이고 배웁니다. 한국 사람은 10년을 배워도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영어를 석 달만 배워도 술술 구사하죠. 5, 6개 언어를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같은 민족’이라는 과거 지향적 가치보다는 ‘좋은 이웃’이라는 현재적 가치를 더 중시하는 곳, 자체의 역사를 정리한 기록문화는 없으면서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코란을 보관해 온 지역. 장씨가 말하는 중앙아시아의 매력은 그런 모순 위에 존재한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