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의 대결, 아문센과 스콧/라이너 K 랑너 지음 배진아 옮김/285쪽 1만5000원 생각의나무
‘역사는 2등을 기억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우리는 남극점에 두 번째로 도달한 영국 탐험대장 스콧과 그의 부하들을 기억한다. 자기애와 냉정함으로 똘똘 뭉친 아문센과 달리 스콧은 부하에 대한 애정과 희생정신을 간직한 철두철미한 군인이었다. 그러나 사전지식과 준비의 차이가 승부를 갈랐다. 아문센은 베테랑 탐험가와 선원 위주로 19명의 팀을 짰지만 스콧은 건강한 젊은이 위주로 72명을 선발했다. 아문센은 극지에서 가장 효율적인 이동수단인 에스키모개를 적절히 사용했지만 스콧은 불완전한 모터썰매 때문에 애를 먹었다. 무엇보다 아문센은 지피지기(知彼知己)했지만 스콧은 아문센 팀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극지 탐험이 20세기 초의 국가주의 열풍에 편승한 ‘민족주의의 대리전’이었다는 분석이 곁들여진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