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이 2년 만에 굿모닝신한증권 사장으로 여의도 증권가에 컴백했습니다. 외환은행장으로 가기 전에 대신증권 LG투자증권 LG투신운용 등을 두루 섭렵한 탓인지 그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배어있었습니다.
최근 이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증권업계 현실을 ‘윔블던 효과’로 빗대 표현했습니다. 윔블던 효과는 윔블던 테니스대회 주최국은 영국이지만 매년 우승하는 사람은 외국선수라는 데서 유래한 용어입니다. 한국 증시에서 돈을 버는 것은 내국인 투자자가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들이라든지, 주요 금융회사의 경영권에 외국인들의 입김이 강해지는 추세 등을 지적한 것이지요.
이 사장은 “국내 증권업계 메이저리그는 국내 44개 증권사들인데, 정작 돈을 더 잘 버는 것은 마이너리그인 20여개 외국계 증권사”라며 분발을 다짐했습니다.
그는 또 굿모닝신한증권이 합병 2년이 돼가도록 시장점유율 확대 등 합병효과가 지지부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J커브 현상’으로 응수했습니다.
J커브 현상은 환율과 수출 관계를 나타낼 때 쓰는 용어입니다. 즉 환율변화는 수출입 상품 가격에 먼저 영향을 미친 뒤 일정기간 후 수량변화도 이끌어낸다는 의미입니다. 통상 J커브 현상은 환율 변동 후 2∼3개월 뒤에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사장은 “그동안 물밑으로 화학융합을 위해 노력했다”며 “J커브 현상처럼 올해부터 합병효과가 서서히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국제영업 부문에 대해서도 과거의 경험을 소개하면서 애정을 보였습니다.
1991년 말 대신증권 국제영업담당 상무로 일하면서 당시 포항제철(현 포스코)에 해외 전환사채(CB) 발행을 권유하자 회사 측에서는 “아니, 어떻게 외국인에게 회사지분을 내주느냐”며 거칠게 항의했다고 합니다. 외국인에게 국내 증권시장의 40% 이상을 내준 현실을 돌아볼 때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얘기로 들렸습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