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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의 건강파일]가수 패티김

입력 | 2004-06-20 17:59:00

패티김씨는 목소리를 보호하기 위해 늘 스카프를 두르는 등 관리를 철저히 한다. 사진은 데뷔 45주년을 맞아 전국순회 콘서트에서 열창하는 모습.사진제공 예스콤 프로


《가수 패티김씨(64). 그에게는 늘 ‘한국가요계의 거목’ ‘가요계의 카리스마’ 등의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그는 대중가수로서 첫 세종문화회관 공연, 미국 카네기홀에서 최초 단독콘서트 등의 기록도 가지고 있다. 지금도 왕성한 활동은 나이를 무색케 한다. 얼마 전 전국 순회 콘서트를 끝낸 데 이어 가수 데뷔 45주년을 기념하는 라이브 공연 CD와 DVD, 가스펠 앨범을 동시에 출시하기도 했다. 목소리 관리 비법을 들었다.》

○좋은 목소리 위해선 훈련 필요

노래할 때 그의 목소리는 늘 힘차고 감미로웠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달랐다.

“20대 때는 노래를 불렀다기보다 거의 소리를 질렀죠. 젊은 혈기 탓에 고음을 자랑하고 싶었겠지요. 목을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어요.”

20대 후반에는 기어이 목에 탈이 나고 말았다. 거의 매일 노래를 부른 탓에 목에 통증이 심하고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성대결절이었다. 모든 공연을 취소해야 했다.

“그 후 3개월간 노래를 부르지 않았어요. 목을 보호하려고 말도 아꼈지요. 음성 관리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도 이때였습니다.”

그는 요즘 자신의 목소리에 매우 흡족해 한다. 45년을 노래하면서 지금이 최고의 ‘골든 보이스’란다. 음성에 부드러움과 여유가 느껴진다는 것이다.

사실 나이가 들면서 목소리는 혼탁해지기가 더 쉽다. 그런데 어떻게 감미로운 목소리를 유지할 수 있었을까.

“최고의 위치에 오르면 데뷔했을 때보다 더 많은 훈련이 필요합니다. 노련함은 절로 생기지 않거든요. 항상 목소리를 관리해야 합니다.”

○목 보호 위해 항상 스카프 둘러

그는 노래방 같은 곳에는 잘 가지 않는다. 목이 상하기 좋은 장소란다. 그가 언젠가 겪었던 일화를 들려줬다.

“같이 간 사람들의 성화 때문에 마이크를 잡았죠. 제 노래 ‘초우’를 평소 창법대로 불렀어요. 54점이 나오더군요. 제 노래인데….”

사람들을 관찰했단다. 가사에 또박또박 맞추되 소리를 지르듯 노래하는 것. 그게 고득점의 비결이었다. 음률을 타면 점수는 뚝 떨어졌다.

노래방이 목에 안 좋은 이유가 여기에 있단다. 흥에 겨워 노래를 하다 보면 고성을 지르게 되고 십중팔구 성대가 상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또 있다. 바로 밀폐된 공간과 자욱한 담배 연기….

그는 담배가 목소리에 가장 큰 적이라고 단언한다. 그래서 지금껏 호기심에서라도 담배에 손댄 적이 없다. 담배 냄새가 배어 있는 차만 타도 기침이 나올 정도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 목 보호와 연관된다. 밤샘작업은 하지 않는다. 공연 직전에는 짜고 매운 음식을 아예 멀리한다. 탄산음료는 평소에도 마시지 않는다.

그는 여름에도 항상 실크 스카프를 가지고 다닌다. 비행기를 탈 때는 두꺼운 스카프를 한 장 더 준비한다. 냉방이 잘된 곳에서 목을 노출시키면 목소리가 상한단다. 겨울에는 외출할 때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한다. 큰 소리를 내는 법은 없다.

○15년 전부터 새벽에 5~7km 걸어

170cm에 가까울 정도로 키가 큰 그는 아직도 20, 30대 못지않은 늘씬한 몸매를 가지고 있다. 15년 전 입었던 옷을 지금도 입을 정도로 체중에 거의 변화가 없다.

비결을 묻자 즉각 대답이 나왔다. 바로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꾸준히 운동을 한다.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에 4, 5일은 하루에 1∼3시간 운동한다. 가장 즐기는 운동은 걷기. 15년 전부터 새벽에 남산 중턱 5∼7km를 시속 6km 이상의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요즘은 사람들이 많아 헬스클럽으로 장소를 옮겼단다.

호흡 조절을 위해 수영도 자주 하는 운동 중 하나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성대보호 위해 따뜻한 물 자주 마셔야▼

가수 패티김씨의 목소리 관리는 거의 정석에 가깝다. 연세대 의대 영동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최홍식 교수의 평가는 그렇다.

최 교수도 “담배와 술은 목소리를 해치는 주범이다”고 말했다. 담배를 피우게 되면 호흡기 점막 표면에 있는 섬모의 운동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또 성대 점막을 자극해 후두염이나 성대부종을 유발할 수도 있다.

과음을 하면 성대 점막의 혈관이 빨갛게 부풀어 오른다. 수분도 앗아간다. 술을 마신 뒤 노래를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성대는 무겁고 점막은 잔뜩 부어오르게 된다. 또 식도 괄약근의 긴장도가 떨어져 위산이 역류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자극적인 음식이나 탄산음료, 카페인 음료, 기름진 음식 모두 위산 역류를 유발할 수 있다. 성대가 들어 있는 ‘후두부’의 점막은 위산에 매우 약하다. 그런데 식도로 넘어온 위산은 침과 섞이면서 일부가 후두 점막으로 침투한다. 목소리가 잠기게 된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만성후두염 성대결절 후두부종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갑자기 큰 소리를 내면 성대 점막 바로 밑에 있는 작은 모세혈관이 터지게 된다. 목소리를 내기 전 복식호흡을 한두 번 해 주는 게 좋다. 이 밖에 목에 스카프를 두르거나 입에 마스크를 착용하면 온도와 습도를 조절해 목을 보호할 수 있다.

최 교수는 “성대는 건조한 것과 자극적인 것에 민감하기 때문에 생수나 따뜻한 물로 항상 관리해 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