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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포커스]‘물고기 열하일기’ 낸 고교생 김대민 군

입력 | 2004-06-20 18:27:00

12년 동안의 하천생태기행을 책으로 엮은 고등학생 김대민군(왼쪽)과 그의 여행에 변함없는 길동무가 되어준 아버지 김용학씨. 아버지는 “아들이 가장 좋아하고 의미를 느끼는 일인 만큼 언제나 즐겁게 동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강병기기자


“주말마다 기꺼이 운전대를 잡아 주신 아버지 덕분이죠. 아버지가 안 계셨다면 어떻게 30만km를 돌아다녔겠어요. 지구를 일곱 바퀴 돈 거린데요.”

고등학생이 12년 동안 우리나라 하천 방방곡곡을 누빈 끝에 어른들도 쓰기 힘든 하천생태기행 서적을 냈다. 760페이지에 이르는 ‘물고기 열하일기 상·하’(다인아트)를 쓴 김대민(金大民·18·경기 수지고 3)군.

그가 다섯 살 되던 때부터 주말 생태기행에 동행해 온 아버지 김용학(金龍鶴·54·인천도시개발공사 사장)씨는 ‘허허’ 웃기만 했다. “워낙 얘가 어릴 적부터 ‘뭔가 되겠다’ 싶을 정도로 물고기에 관심이 컸어요. 의미도 깊은 일이니 부모로서는 도와 주지 않을 이유가 없었죠.”

아들은 갓난아기 때부터 움직이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새 벌레 조개…. 책을 잘 읽지 않아 한때는 ‘눈이 나쁜가’ 의심을 하기도 했지만 그것은 아니었다. 서점에 데려갔더니 동물도감 앞에서 넋을 잃었고, ‘백두산의 생태’ 같은 자연 다큐멘터리가 TV에 방영되면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그런 대민이가 ‘물고기’에 사로잡힌 것은 1991년.

“수원 서호(西湖)에 갔다가 끔찍한 광경을 봤어요. 물고기들이 수도 없이 허연 배를 드러내고 떠올라 있더라고요. 물고기가 왜 저렇게 됐는지 원인을 파헤쳐 보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 뒤로 가족의 주말은 전국의 강과 개천을 찾아다니는 부자(父子)의 여행으로 채워졌다. 차가 눈길에 미끄러져 생사의 고비를 넘기기도 했고, 민통선을 넘어 강원 철원군 남대천 제방에 올라갔다가 ‘지뢰가 떼로 떠내려왔다. 빨리 나오라’는 주민의 고함에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 생태관찰일기 공책은 1m 높이로 쌓였다.

여러 과학공모전에도 출품했다. 하천환경과 관련한 대안 제시로 1998년 과학기술부장관 표창을, 2001년 환경부장관 표창을 받았고 ‘내셔널 트러스트’ 공모전 청소년부문 장려상을 받기도 했다. 한-몽골 경제교류학회 회원인 아버지를 따라 몽골 러시아 중국 하천을 돌아본 것도 큰 소득이었다.

그가 진단하는 오늘날 우리 하천 생태계의 모습은 어떨까. “큰 몸살을 앓고 있죠. 생활 오폐수와 축산 폐수로 인한 오염도 크지만, 홍수 피해와 복구가 더 큰 문제예요.”

홍수가 지나간 뒤에는 하천 바닥을 파서 제방을 쌓는데, 이 과정에서 하천 바닥을 뒤집으니 그곳에 터를 잡고 살던 물고기들에게는 재난이 되지 않을 수 없다는 것. 그에 못지않게 더 큰 문제는 ‘자연 사랑’과 ‘소유’를 오해하는 것이다. 완상(玩賞)한다고 잡아 수족관에서 팔고, 강원도의 일부 지역에서는 ‘지역 축제’의 이름으로 물고기의 씨를 말릴 수도 있는 남획이 벌어지고 있다며 대민 군은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희망은 ‘생태학자’다. “지구의 주인으로서, 땅에서 같이 살아가는 다른 주인들에게 관심을 갖고 또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 제 임무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다른 과학 과목에는 별 소질이 없는 것 같고, 생물 과목조차 생화학 쪽은 따분해 걱정이라며 그는 웃었다. 본인의 겸사와 달리 “사실 성적은 좋은 편”이라는 게 아버지의 귀띔이다.

아버지 김 사장은 토지공사 등에서 오래 재직해 온 도시개발 전문가. 아들의 주말 생태기행에 동행했을 뿐 아니라 TV 프로그램 목록에 자연 다큐멘터리가 있을 때마다 녹화해 준 비디오 분량만도 이제 100개를 넘는다. 그는 아들과 함께 전국 곳곳의 하천을 다닌 것이 본인에게도 큰 소득이었다고 말했다.

“인간과 자연의 바람직한 공존에 대해 깨닫게 된 거죠. 어쩌면 대민이가 제게 가르쳐 준 거라고 할까요. 개울과 물고기로부터 얻은 교훈을 도시개발 현장에 적용하고자 크고 작은 시도를 해 보고 있습니다.”

‘물고기 열하일기’에 추천사를 쓴 임길진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전문적 교육을 받은 학자를 넘어서는 조직적인 관찰력으로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 정리한 점이 돋보인다”며 ‘생명의 존귀함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깨닫게 하는 책’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유윤종 gustav@donga.com

아들 김대민군은

▽1986 서울 출생

▽1998 과학기술부장관 표창

▽2000 내셔널 트러스트 공모전 청소년부문 장려상

(출품작 ‘칠보산 습지를 살리자’)

▽2001 환경부장관 표창

▽현재 경기 용인 수지고등학교 3학년·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 회원

아버지 김용학씨는

▽1950 대구 출생

▽1978 영남대 졸업

▽1999 서울시립대 대학원 도시 공학 박사

▽2001 중앙대 건설대 겸임교수

▽2001 한국토지공사 상임이사 겸 택지사업본부장

▽현재 인천시 도시개발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