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불량 만두소를 만든 으뜸식품 등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한 지 2주가 지나면서 이른바 ‘만두파동’이 경찰과 업체간의 ‘진실게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으뜸식품에 단무지를 납품한 으뜸농산 등 단무지 제조업체들은 20일 “경찰이 으뜸식품의 위생부실을 실제보다 부풀려 발표해 만두업체와 단무지 제조업체 등이 막대한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했다.
만두 관련 업체들이 앞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청, 경찰청 등을 상대로 무더기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어서, 양측의 첨예한 대립이 법정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쓰레기 단무지인가, 자투리 단무지인가=경찰청 외사과는 6일 경기 파주시에 있는 만두소 제조업체인 으뜸식품 이모 사장(61·수배중)이 부패한 무 등이 포함된 폐기처리용 단무지를 납품받아 수질검사를 거치지 않은 우물물로 탈염 탈수한 뒤 만두소로 제조해 전국 25개 유명 만두제조업체에 납품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폐기처리되어야 할 단무지를 500kg짜리 마대자루나 플라스틱 통에 비위생적으로 넣어 H식품 등에 납품한 Y, M식품 등 단무지 제조업체 2곳도 불구속입건했다.
이에 대해 으뜸식품이 사용하는 단무지의 70%를 납품해 온 으뜸농산의 오모 사장(55)은 “김밥용 단무지를 제조하고 남은 자투리 단무지는 6개월에 1번씩 정부공인기관의 품질검사를 받아 왔으며 20∼30kg짜리 규격봉투에 담아 납품한 것”이라고 납품절차에 하자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식약청 정의석 중앙기동단속반장도 “자체품질검사와 품목표시 등을 하지 않을 경우 원재료에 대한 건전성을 적시한 식품위생법 4조4호 위반이 된다”며 “그러나 으뜸식품에 단무지를 납품한 업체들은 이 과정을 무시하지 않아 적법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찰은 “품질검사가 자체적으로 이뤄져 허점이 많다”고 재반박했다.
▽인체유해성 논란=경찰은 으뜸식품의 만두소 제조과정 전반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검사를 의뢰한 결과 자투리 단무지 자체와 그 단무지를 탈염 탈수하는 과정에서 사용된 우물물, 이를 통해 제조된 만두소 완제품 등 모두에서 인체에 유해한 세균 등이 다량 검출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특히 최근 2년 동안 농업용수로도 사용되지 않을 만큼 수질이 나쁜 우물물을 만두소 제조과정에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이 우물은 공장 근처 논 한가운데에 있었다.
그러나 업체들은 “우물물은 청소용으로 사용됐으며, 설사 일부가 만두소 제조과정에 사용됐더라도 2차 탈염 탈수과정에서는 식수로 적합한 지하수가 사용돼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
실제 경찰 단속이 시작된 3월 초 업체측이 이 우물물을 식약청에 의뢰해 수질성분을 분석한 결과 46개 수질검사 항목 중 탁도만 기준치를 초과했을 뿐 나머지 항목은 모두 적합 판정을 받았다. 업체들은 “지하 150m 지하수도 1, 2개 항목이 부적합 판정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단무지에서 세균 등이 나온 것도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 식약청 관계자는 “식품위생법상 비살균식품인 단무지는 절인식품이라 세균 유무가 검사항목에 없다”면서 “만두제조과정에서 살균 및 멸균 과정을 거치면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방송화면 조작공방=으뜸식품에 단무지를 납품하는 업체들은 6일 방영된 모 방송사의 만두소 제조과정 장면이 으뜸식품에 단무지를 납품하는 한 업체의 폐기물 처리과정이라며 잘못 삽입됐다고 주장했다.
업체 관계자는 “상품성이 전혀 없는 폐기물을 처리하는 과정이 으뜸식품의 만두소 제조과정으로 방영돼 시청자들에게 혐오감을 안겼다”고 ‘화면 조작설’을 제기했다.
그러나 경찰은 “으뜸식품의 만두소 제조과정과 단무지 제조업체의 공정을 구분해서 방송사에 제공했다”면서 “폐기물 처리과정이 만두소 제조과정으로 조작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