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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점검 遷都논란]천도론 vs 서울사수론

입력 | 2004-06-20 19:00:00


《정부의 수도 이전 계획이 급물살을 타면서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지역의 반대 여론도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이 수도 이전과 관련해 사실상 국민투표를 거부해 국민투표를 둘러싼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수도 이전에 반대하는 한영환(韓瑛煥·67·행정학) 중앙대 명예교수와 찬성하는 최병선(崔秉瑄·56·도시계획학) 경원대 교수가 16일 동아일보사 14층 회의실에서 수도 이전의 부당성과 정당성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한 교수는 7월 중 수도 이전의 부당성을 제기하는 헌법소원을 낼 예정인 ‘수도 이전 반대를 위한 국민연합’ 운영위원을, 최 교수는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수도 이전 찬성과 반대의 당위성

▽한영환 교수=수도의 지위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헌법사항이다. 북한도 자신들의 수도는 평양이라고 헌법에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국가의 명운이 걸린 수도 이전이라는 중요한 문제가 제대로 논의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수도 이전은 2002년 대선 과정에서 충청도의 표심을 얻기 위한 전략으로 제기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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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공약이라는 이유로 여론수렴 절차도 없이 추진하는 것은 대표적인 졸속정책이다. 한나라당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면 다시 논의할 수 있다’는 안이한 생각으로 수도 이전에 합의했다. 한나라당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최병선 교수=대통령의 핵심공약을 여야 국회의원이 압도적으로 합의해 통과시켰다면 당연히 국익을 위한 선택이고 국민적 합의가 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수준을 아무리 폄훼해도 그렇지 오로지 표만 의식해서 대다수 국회의원이 국익을 해치는 선택을 했다고 보지 않는다.

노 대통령 스스로 정권을 걸고 하겠다고 밝힌 만큼 수도 이전은 추진될 것이다. 물론 대통령은 2002년 대선에서 당선된 뒤 표로써 충청권의 도움을 받았다고 얘기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제는 됐으니까 나 몰라라’ 이렇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노 대통령은 지방 균형 발전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고 오래 준비해 왔다.

#수도 이전과 균형 발전 논란

▽한=수도권 과밀 억제와 나라의 균형 발전이 시급한 과제라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를 위한 정책수단으로 수도 이전을 선택한 것은 잘못된 것이다. 영국 등 선진국에서 수도권 과밀 억제를 위해 1950, 60년대에 대기업을 여러 가지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해 지방으로 내려 보낸 사례가 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호황기엔 괜찮았지만 불황이 닥치자 지방으로 내려간 공장은 먼저 문을 닫았고 지방도시는 과거보다 더욱 빈곤해졌다.

지방 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수도를 밀어내 옮기는 대신 지방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내생적’ 혁신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대덕밸리처럼 내생적 능력으로 첨단혁신산업 클러스터를 만들어 수도권 인력을 지방으로 끌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덕밸리가 현재와 같은 지위를 차지하는 데 30년간 30조원이 넘는 돈이 들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한다.

나는 수도권 과밀 억제와 지방의 균형 발전을 위한 대안으로 대학의 이전을 제안한다. 서울대를 비롯한 수도권의 대학 5개만 내려 보내도 그 효과는 수도 이전의 몇 배가 될 것이다. 그러면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고 국책연구소와 함께 새 혁신 클러스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균형 발전은 현 정부뿐만 아니라 향후 5, 6개 정부가 관여하고 추진할 사항이다. 다음 정권에서도 군말 없이 이를 추진하기 위해서라도 국민적 합의 과정의 도출은 필수적이다.

지금은 국가가 위기 상황이다. 당장 첨단산업의 핵심능력을 키워도 모자랄 판인데 대통령은 수도 이전에 국운을 걸고 있다고 한다. 차라리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성취를 위해 진퇴를 건다고 해야 하는 것이 옳다.

▽최=한국은 정치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의 역량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반면 비수도권에는 아무것도 없다. 이 때문에 수도권에는 공장총량제다, 대학 신증설 규제다, 수도권대기관리특별법이다 하는 온갖 규제가 가해지고 있다. ‘규제를 풀어 달라’는 기업의 아우성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규제를 풀기가 대단히 어렵다. 비수도권의 반발 때문이다.

정부가 수도 이전을 추진하는 것은 수도권 집중과 과밀로 인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것이다. 수도를 이전하면 수도권 규제에 대한 명분이 없어져 수도권도 발전하고 지방도 발전할 수 있다.

그동안 균형 발전에 대한 논의는 많았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중앙 정부는 가만히 앉아 있으면서 ‘너희들(기업)이 나가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수도 이전 계획은 중앙부처는 물론 청와대까지 옮기는 것이다.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단지 몇 푼의 돈으로 균형 발전이 어렵다는 것이 입증됐기 때문에 이번에 대통령이 결단을 내린 것이다. 수도 이전은 1977년 박정희 대통령이 임시행정수도특별법을 만들면서부터 추진됐던 일이다. 박 대통령 시해사건으로 중도에 중단됐기 때문에 사실 수도 이전 문제가 갑자기 나타난 것은 아니다.

#수도 이전 관련 국민투표 여부 논란

▽한=수도 이전 문제가 국회에서 통과됐다 해도 국가 안위에 관한 사항인 만큼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 대통령에게 국민투표를 하자고 하는 건 사실 대통령을 위해서다. 정책의 실패이자 정권의 실패를 몰고 올지 모를 독약을 피해야 한다. 해독제로서 국민투표를 제안하는 것이다.

▽최=수도 이전 논란의 본질은 특별법 통과를 부정하는 데 있다. 추진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국민투표를 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국민투표를 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의 정치문화에서 국민투표 실시는 각 당의 이해와 맞물려 분열을 조장하고 갈등을 가중시키며 지역이기주의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국가의 모든 대사를 국민투표로 해결할 건가.

수도 이전에 드는 전체비용 45조6000억원 중 정부 재정부담은 11조3000억원이다. 이 돈도 기존의 건물을 팔아서 충당하는 게 상당 부분이고 민간분인 34조3000억원은 이주해 오는 사람들을 위한 집을 짓는 등 인프라 비용이다. 그리고 정부 재정 부담은 2030년까지 연평균 5000억원 정도가 들어가는 것뿐이다.

그러나 만약 신행정수도를 만들지 않는다면 수도권 문제 해결에는 이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갈 것이다.

▼"미룰 수 없는 일" "통일 이후 추진"▼

#절충점은 없나

▽한=앞으로 남북통일이 가시권에 들어오는 상황에서 600년 도읍지인 서울보다 남쪽으로 수도를 이전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세계화의 충격으로 온 나라가 홍역을 앓고 있는 이 중차대한 시기에 국정의 제1 과제로 관청의 ‘사무실’을 옮긴다는 게 도대체 말이 되는가. 차라리 그 돈으로 광주에 제2의 대덕밸리를 만들어 준다는 계획을 세웠다면 쌍수를 들고 환영하겠다.

역대 대통령은 비극적으로 퇴출됐다.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임기 중에 눈에 띌 만한 업적을 만들어 보겠다는 조급증과 그 덕으로 임기 후에도 영향력을 유지하겠다는 과욕이 국정을 단절케 만든 것이다. 노 대통령은 젊다. 겸손하게 장기 목표를 세우고 임기 동안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수도 이전 문제는 통일 후 차세대에 넘겨주는 겸손함이 필요하다. 지금은 국가경쟁력 향상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최=천도가 새로운 세력의 터 잡기, 과거와의 단절이라는 식의 비판은 말꼬리 잡기라고 본다. 왕조시대에는 권력의 변화가 생기면 기존 권력을 말살하거나 다른 곳으로 도읍을 정하곤 했다. 민주사회에서는 입법 사법 행정부가 이전한다고 해서 지배권력이 바뀌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나 역시 남북통일을 바라는 사람이다. 하지만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현재의 문제를 마냥 미룰 수는 없다.

이제 17대 국회가 개원했다. 국회는 민의를 전달하는 기관인 만큼 수도 이전 문제를 국익 차원에서 잘 논의할 것으로 본다. 행정부 외에 입법 사법부의 이전은 해당 기관의 견해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본다.

사회=정성희차장 shchung@donga.com

정리=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찬성…최병선(崔秉瑄·56)▼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 위원

△서울대 건축학과 졸업

△서울대 대학원 도시계획학 석사 △독일 뮌헨공대 공학박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원장

△경원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전 신행정수도연구단 공동연구단장

▼반대…한영환(韓瑛煥·67)▼

△수도이전반대국민연합 운영위원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서울대 대학원 행정학 석사

△미국 피츠버그대 행정학 박사

△전 한국행정학회 회장

△전 국무총리실 인문사회연구회 기획평가위원장

△중앙대 행정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