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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기]포커스 피플/‘쓰레기통 박사’ 김영화씨

입력 | 2004-06-21 00:00:00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에서 쓰레기만 제대로 분류해 버려도 엄청난 경제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쓰레기 처리에 드는 에너지 소모량도 줄이고 자원도 재활용하니 일석이조 아닙니까?”

인천 서구 심곡동에 사는 김영화씨(53)는 이 지역에서 ‘쓰레기통 발명가’로 통한다. 1999년 종량제 봉투 규격에 맞는 쓰레기통을 개발해 특허출원한 것을 시작으로 10건이 넘는 쓰레기통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매립지가 있는 경서동 일대에서 건축업을 하던 그는 건물을 짓기 위해 터파기 공사를 하면서 썩지 않는 비닐봉투와 플라스틱 등이 무더기로 나오는 것을 보고 쓰레기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특히 환경부가 95년 1월 버리는 쓰레기 양 만큼 처리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종량제를 시행하자 그는 쓰레기통 발명에 들어갔다.

“하루는 아내가 종량제 봉투에 쓰레기를 넣으면서 불평을 늘어놓는 겁니다. 봉투 재질이 약해 잘 찢어지고 시중에 유통되는 쓰레기통과 규격이 맞지 않아 쓰레기 버리기가 불편하다고 말이에요.”

그는 우선 종량제 봉투가 찢어지지 않도록 하는 기능성 쓰레기통을 만들기 위해 환경부 등을 찾아다니며 자료를 수집했다.

2년 뒤 첫 작품이 탄생했다. 종량제 봉투를 묶도록 만든 4개의 비닐 끈을 쓰레기통입구에 붙여 고정시키는 점착용 플라스틱 쓰레기통(10, 20L용)을 개발해 특허출원한 것.

이 제품은 쓰레기를 여러 개의 1회용 비닐봉투 등에 담아 두었다가 다시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려 토양을 오염시키는 폐단을 없앨 수 있는 친환경적 발명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002년에는 쓰레기통 뚜껑으로 쓰레기를 압축시키는 기능이 있는 제품을 개발한데 이어 조립식 분리수거 쓰레기통 등 14건의 특허를 냈다.

2000년 클린업코리아(www.cleanupkorea.com)라는 회사를 설립한 그는 지금까지 사재(私財)까지 털어 5억원이 넘는 개발비용을 투자했지만 설립 이후 지금까지 총매출액은 1000만원이 넘지 않는다.

사무실은 사업을 하는 선배가 무료로 빌려줘 쓰고 있으며 종업원은 여직원 1명이 전부다. 같은 제품을 만드는 대기업에 비해 자금이나 인력이 부족해 제품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그는 “앞으로도 친환경적인 쓰레기통 개발에 인생을 바칠 생각”이라며 “쓰레기통 개발을 시작한 이후 돈 한 푼 가져다 준 적이 없는데도 묵묵히 참아준 아내와 자식들에게 가장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2002년 12월 대한민국특허기술대전에서 점착용 쓰레기통으로 특허청장상을 받기도 했다.

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