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부가 21일 내놓은 ‘농지법 개정안’은 산업화와 고령화, 농업시장 개방 압력으로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농촌경제를 도시자본 유입을 통해 회생시키려는 목적이 있다. 특히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유동자금을 농촌으로 끌어들여 내수(內需)경기까지 살리는 부수적인 효과까지 노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건국 후 철옹성으로 여겨지던 농지소유 제한을 사실상 없애 투기세력이 농촌으로 몰려들 가능성이 높은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입법 과정에서 각종 부담금 부과 등 투기를 예방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농지도 이제는 투자 대상=국내 농지제도는 1950년 농지개혁법 제정 이후 농사를 짓는 농민만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게 하는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이 엄격히 지켜져 왔다. 1972년에 제정된 ‘농지의 보정 및 이용에 관한 법률’과 1986년에 나온 ‘농지임대차관리법’ 등도 이런 원칙 아래 선보인 법률이기 때문에 농지에 대한 소유나 이용은 철저히 규제됐다. 이 때문에 농지 가격은 다른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 동안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농지소유 제한을 사실상 없앴기 때문에 농지 가격도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도시민에게 전업농이나 농업법인에 장기 임대하는 조건으로 농지 소유를 인정해 주기로 한 만큼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도시자본이 속속 농촌으로 유입될 환경이 마련됐기 때문.
특히 수도 이전 등 대형 국책사업 발표와 맞물려 투기세력이 농지를 대량으로 매입해 가격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문제는 투기=농림부는 도시민이 농지를 소유하더라도 5년 이상 장기 임대를 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 투기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임대 계약 기간이 끝나는 5년이나 10년 뒤에 해당 농지에 개발 수요가 생겨 땅값이 오르면 시세 차익은 소유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농촌경제를 살리려는 당초 취지는 퇴색되고 도시민만 이익을 보는 부작용이 발생하는 셈.
이에 대해 농림부는 농지를 전용할 때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부담금을 물리는 전용부담금제와 각종 개발부담금제 도입 등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설명했다.
박철수(朴哲秀) 농림부 농지과장은 “재정경제부 건설교통부 농림부 등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참여하고 있는 ‘토지규제 개혁 태스크포스’에서 대응 방안을 다음 주 중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