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미약하나마 회복 기미를 보였던 주요 경제지표가 2·4분기(4∼6월) 중 대부분 하락세로 반전했다. 또 민간연구소는 물론 국책연구기관도 올해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특별한 긍정적 변수가 없는 한 심각한 경기 침체가 상당기간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요 지표 일제히 악화=생산과 투자 소비 고용 등 수출을 뺀 거의 전 부문에서 회복세가 꺾였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1월 이후 상승세를 타던 국가산업단지 가동률은 4월 83.8%로 한 달 전보다 0.7%포인트 떨어졌다.
지난달 부도가 난 법인은 374개로 2월 이후 석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반면 같은 달 신설법인은 2318개로 4월보다 9.9% 줄었다.
기업 투자를 보여주는 지표인 4월 기계설비류 내수 출하(선박류 제외)도 작년 같은 달보다 2.4% 줄었다. 기계설비 투자는 2월부터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지만 불과 3개월 만에 다시 꺾였다.
소비 위축도 여전하다. 지난달 전국 할인점의 매출은 작년 5월보다 1.2% 늘어나는 데 그쳤다. 4월의 7.9%와 비교하면 신장세가 크게 줄었다.
지난달 실업률도 3.5%로 한 달 전보다 0.1%포인트 늘었을 뿐만 아니라 제조업 취업자 도 작년 같은 달보다 0.8% 늘어나는 데 그쳐 4월(2.0%)에 비해 1.2%포인트 줄었다.
통계청 김민경(金民卿) 경제통계국장은 “경기가 올해 초 바닥을 칠 것으로 전망했지만 지금은 언제라고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국내외 악재로 ‘불안감’ 커져=경제지표가 악화된 표면적인 이유는 고(高)유가 충격 때문. 지난달 국제 유가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거듭하면서 그 여파가 한국 경제에 본격적으로 미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작년 이후 지속된 내수 부진과 정치 경제적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누적돼 성장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신석하(辛석夏) 연구위원은 “당초 2·4분기로 예상했던 내수 회복 시기가 지연되면서 고용과 설비투자, 소비 등 모든 부문이 위축돼 있다”고 해석했다.
한국경제연구원 허찬국(許贊國)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초 회복 기미를 보였던 경제지표들이 수출 호조에 따른 ‘착시(錯視)현상’이었음이 드러났다”며 “고유가 등 외부 악재와 ‘정책 성향’의 불확실성에 따른 경제 주체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총수들이 최근 ‘억지 춘향’식으로 투자계획을 내놓고는 있지만 부동산정책, 노사관계, 기업도시, 규제개혁 등 정책 현안들이 정리되지 않는 한 기업과 소비자들의 심리가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KDI도 성장률 하향 조정 전망=최근 민간경제연구원과 다국적 투자은행들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낮춰 잡은 데 이어 국책연구기관인 KDI도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신 연구위원은 “7월 중순 발표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당초 예상했던 5.5%보다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얼마나 낮출 것인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현대증권 리먼브러더스 JP모건 등은 이미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보다 0.2∼0.8%포인트씩 낮춰 잡았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