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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훈의 續세상스크린]‘진짜 몸짱’ 신성일 선배님

입력 | 2004-06-22 18:03:00


어느 직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저희 배우들은 몸이 건강해야 합니다.

바쁜 스케줄을 소화해 내기 위해 늘 튼튼한 체력을 지녀야 함은 물론이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연기할 때 극중 인물의 감정을 가장 효과적으로 관객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촬영 때 최상의 몸 컨디션과 얼굴 상태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항상 컨디션의 강박에 시달립니다. 몸이 조금만 이상해도 ‘이러면 안 되는데’라며 신경을 많이 써 오히려 더 아픈 경우도 있을 정도입니다.

흔히 영화 연기를 ‘눈빛의 연기’라고 합니다. 대형 스크린에 클로즈업된 눈의 크기는 실제 의 3000배에서 6000배 정도가 됩니다.

관객들은 숨 죽여 그 큰 눈을 통해 감정을 읽으려고 하는데 배우의 눈에서 에너지 가득한 총기가 느껴지지 않으면 관객들은 긴장을 풀어 버립니다.

물론 상황과 역할의 성격에 따라 풀린 눈을 연기할 때도 있겠지만 그렇다 해도 에너지가 감춰졌을 뿐이지 진짜 힘없는 눈을 연기하면 관객들은 배우와 교감하기 힘들어집니다.

눈이 맑으려면 육체적으로는 우선 잠을 충분히 자야합니다. 그래서 배우들은 촬영 전날 술자리를 안 갖는 것은 물론이고 일찌감치 잠을 청하는 것을 기본으로 알고 있습니다. 충무로에서 아무리 부득이한 술자리에서라도 내일 촬영 때문이라며 양해를 구하면 주저없이 모두 이해해줍니다.

배우는 눈빛과 더불어 몸짓으로도 연기를 합니다.

모든 배우가 다 ‘몸짱’이 될 필요는 없지만 한 영화를 끌고 가는 주연배우인 경우 날렵하고 탄력 있는 몸이 적합하고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낭만적인 음악과 함께 사랑한다고 말하는 주인공의 아랫배가 튀어나올 수도 있겠고, 왜소하고 처진 어깨의 배우가 액션 영화의 주인공을 못하란 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관객들은 몸맵시가 나는 배우가 연기해 주길 바라는 것이 사실입니다.

많은 배우들은 좋은 조건을 갖추기 위해 바쁜 시간을 쪼개서라도 체육관에서 땀을 흘리고 또 흘립니다. 그래서 배우들은 원래의 나이보다 훨씬 더 젊어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얼마 전 영화배우 신성일 선배님과 함께 목욕했을 때 정말 감탄했습니다.

“선배님! 아직도 몸매가 20대 청년이세요. 젊음의 비결이 뭡니까?”

“운동이야. 난 운동을 시간 날 때 하는 게 아니라 시간을 내서 해왔어. 지난 수십 년간….”

저도 몇 십 년 뒤 목욕탕에서 후배에게 그렇게 얘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moviejhp@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