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이전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란이 해당 지방자치단체간의 대결 움직임으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시를 비롯해 경기도와 인천시가 수도 이전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고, 이에 맞서 수도 이전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충청남북도와 대전시가 반대 활동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수도 이전 논란이 이처럼 ‘도 대항전’ 성격으로 전개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일부 지자체장이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고 지역이기를 밀어붙일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지역 대결로 비화할 수 있다. 특히 일부 지자체장의 정치적 행보와 맞물릴 경우 차기 대선에도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국가백년대계인 수도 이전이 지역이기의 반사적 이익을 노리는 특정인의 정치적 승부수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회에서 여야가 수도 이전 문제에 구속력 있는 합의를 도출한다면 수용할 수 있다고 했다. 한나라당은 졸속 처리된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개폐와 객관적 조사 및 국민 여론 수렴을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의했다. 국회에서 설득력 있는 합의안을 만들어 다수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다면 국민투표를 피하고 1000억원에 이르는 관련 비용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관련 지자체는 지역 주민을 볼모로 한 세 대결을 삼가고 냉정하게 수도 이전의 장단점과 득실 및 입지 선정의 문제점 등을 검토하고 각자의 의견을 제시하는 선에 그쳐야 한다. 수도 이전은 단지 한두 지역의 흥망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명운이 걸린 문제다. 따라서 최선의 선택이자 최적의 투자여야 한다. ‘도 대항전’은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