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제3차 6자회담이 23일 오후 3시 중국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4일간의 일정으로 시작된다.
회담장 주변에선 이번에 일정 수준의 성과가 있지 않겠느냐는 ‘희망 섞인 전망’과 북한과 미국간에 극적 타협이 없는 한 의미 있는 합의 도출은 없을 것이란 비관론이 엇갈린다.
▽6자회담은 북-미의 ‘5 대 1 만들기’ 싸움=6자회담은 당초 한국-미국-일본과 북한-중국-러시아의 3 대 3 구조로 짜였다. 그러나 차츰 북-미간에 ‘5 대 1 구도’를 만들기 위한 치열한 공방이 전개됐다.
지난해 8월 1차 회담과 올해 2월 2차 회담은 미국의 압승 분위기였다. 미국은 두 회담에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북핵 폐기(CVID)’ 원칙에 대해 북한을 제외한 참가국 전원의 동의를 사실상 받았다.
2차 회담의 핵심 쟁점인 ‘고농축우라늄(HEU) 핵 문제’에서도 북한이 열세였다. 북한은 존재 자체를 부인했지만 한미일 3국은 ‘해명과 폐기’를 주장했고 중국과 러시아도 “HEU가 있다면 폐기돼야 한다”며 사실상 한미일 편에 섰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달 열린 제1차 실무그룹회의에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미국의 CVID 원칙은 패전국에나 강요하는 굴욕적인 것”이라며 미국의 경직된 협상 태도가 회담 진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주장했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가 22일 인터넷판에서 “6자회담은 ‘1 대 5’ 구도인데 ‘1’은 조선(북한)이 아니라 미국”이라고 주장할 정도로 북한은 ‘자신감’을 회복한 분위기이다.
▽엇갈리는 3차 6자회담 전망=22일 오후 한중간 사전 양자 접촉에서 한국측 수석대표인 이수혁(李秀赫)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이번 회담이 구체적 성과를 얻는 계기가 되고, (핵심 쟁점에 대한) 공통점을 담은 문서가 채택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측 수석대표인 왕이(王毅) 외교부 부부장도 “6자회담이 난관을 뚫고 들어가는 과정에 들어갔다”며 “이번 회담을 통해 문제 해결의 첫걸음을 내디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측 수석대표인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이날 베이징에 도착해 이번 회담의 전망에 대해 “특별히 낙관적일 이유는 없다”며 “그러나 진지한 토론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켈리 차관보는 “이번 회담은 북한에는 ‘전면적 비핵화’에 대한 약속을 표현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며 북측에 공을 넘겼다.
▽3차 6자회담 전망=21, 22일 진행된 제2차 실무그룹회의에선 북핵 폐기가 회담의 최종 목표이며 핵 폐기의 첫 단계로서 검증을 수반한 핵 동결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계속 돼야 한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고 한국측 회담 관계자가 전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이것은 원론적 합의일 뿐”이라고 덧붙여 구체적 협상에선 적지 않은 난제가 있음을 시사했다.
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대북 에너지 지원 방안 등에 참가국들의 확약만 있다면 핵 동결 대상과 시기, 검증 문제에 대한 구체적 입장을 밝힐 용의가 있다며 적극적 자세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미간 최대 쟁점인 HEU 문제에 대한 ‘솔로몬의 지혜’가 나오지 않는 한 근본적 해법이 마련되기는 힘들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많다.
베이징=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