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이면 세계 패션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10대 갑부’가 탄생한다.
주인공은 1997년 피살된 이탈리아 출신 디자이너 지아니 베르사체의 조카딸 알레그라 베르사체 벡. 알레그라는 30일 18번째 생일을 맞는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21일 인터넷판에서 알레그라가 5억달러(약 5780억원)에 이르는 ‘베르사체 제국’의 지분 절반을 상속받는다고 전했다. 유난히 조카딸을 사랑했던 베르사체는 알레그라에게 재산의 50%를 남긴다는 유언을 남긴 바 있다.
베르사체가 사망할 당시 알레그라의 나이는 11세. 이에 따라 성인이 될 때까지 재산은 어머니 도나텔라가 관리해왔다. 베르사체의 나머지 50% 유산은 도나텔라(20%)와 알레그라의 삼촌 산토(30%)에게 돌아갔다.
처음 재산을 상속받게 된 사실을 알았을 때만 해도 알레그라는 “왜 지아니 삼촌이 나를 택했나”라며 갑자기 찾아온 행운에 불안해했다. 파파라치들이 늘 주위를 배회하고, 4명의 경호원과 함께 다녀야 하는 삶도 알레그라를 옥죄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차 여유를 찾기 시작했다. 지난주에는 영화배우 루퍼트 에버렛,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막내딸 엘레노라, 가수 스팅의 두 딸 등을 초대한 생일 파티를 밀라노의 디스코텍에서 열어 파파라치들에게 ‘일거리’를 주기도 했다.
이탈리아 언론들은 알레그라가 베르사체 가문의 사업에 어떤 역할을 할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베르사체가 여전히 세계 패션계를 주도하는 ‘명품’인 것은 사실이지만, 브랜드 가치는 베르사체의 사망과 함께 하락 일로에 있기 때문.
한때 8억달러에 달했던 자산은 5억달러까지 떨어졌고, 회사는 최근 몇 년간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 지분의 50%를 소유한 알레그라의 경영권 행사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도 ‘위기에 빠진’ 베르사체의 현 상황 때문이다.
밀라노 패션계의 한 관계자는 “베르사체는 알레그라를 후계자로 점찍었다”며 “이제 알레그라가 지아니의 신뢰에 보답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알레그라는 경영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듯하다. 그의 꿈은 배우. 알레그라는 현재 밀라노에 있는 연기학원에 다니고 있으며 영화학을 공부하기 위해 곧 미국 유학을 떠날 계획이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