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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6자회담 첫날]南-北-美 核해법 경쟁적 제안

입력 | 2004-06-24 02:38:00


23일 오후 중국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열린 제3차 6자회담의 첫째 날 회의에서 남북한과 미국은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경쟁적으로’ 내놓았다.

특히 북-미가 나름의 구체안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의장국인 중국의 장치웨(章啓月) 외교부 대변인은 이에 대해 “이번 회담은 (북핵 문제의) 실질적인 문제를 토론하는 단계에 이미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북-미간 기본 인식차가 뚜렷해 합의안 도출에 대해서는 누구도 낙관하지 못하는 분위기이다.

▽6자회담 교착 상태 깨질까=한국은 이날 회의에서 1, 2차 6자회담 때 제안했던 3단계 방안을 더욱 심화시킨 새로운 안을 제시했다. 그 요지는 북한이 고농축우라늄(HEU) 핵을 포함한 모든 핵 프로그램을 국제적 감시 아래 동결하면 중단된 대북 중유 지원을 재개하고 잠정적인 다자 서면 안전보장을 제공하자는 것.

한국측 수석대표인 이수혁(李秀赫)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이날 회의 후 이같이 밝히고 “그 같은 핵 동결을 개시하는 시점에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기 위한 대화와 대북 제재 조치를 완화하기 위한 대화를 각각 개시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미국도 이날 회의에서 북한이 리비아식 완전한 핵폐기를 할 경우 미국이 빠진 나머지 참가국들의 대북 중유 공급을 이해하고, 잠정적 대북 안전보장도 할 수 있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미국측 수석대표인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미국안은 한국안을 기초로 만들어졌다. 단 핵폐기를 위한 사전 준비기간(동결기간)은 3개월 정도로 짧아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북한은 미국이 주장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CVID)’ 방식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전제한 뒤 자신들이 원하는 ‘핵 동결 단계별 구체적 보상안’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金桂寬) 외무성 부상은 이날 개막 인사에서도 “미국이 우리(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포기한다면 우리는 모든 핵무기 계획을 투명성 있게 포기할 준비가 돼 있다”며 ‘미국의 태도 변화’를 강하게 촉구했다.

▽‘김선일씨 사건’ 애도=이날 오전 댜오위타이 17호각에서 열린 남북 사전 양자협의에서 북측 차석대표인 이근(李根) 외무성 미주국 부국장은 김선일씨 피살 사건과 관련해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며 유감을 표시했다. 이 부국장은 “인질범들이 돈을 요구했느냐”고 물으며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6자회담 수석대표들도 이날 개막 인사에서 이 사건에 대한 강한 유감과 ‘반인륜적 테러 행위’에 대한 규탄 의사를 차례로 밝혔다. 하지만 북한의 김 부상은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베이징=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