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룡’ 드디어 美 상륙국내 최초로 미국 프로농구(NBA)에 진출한 하승진. 그를 지명한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의 존 내시 단장은 “3년 후 하승진의 성장에 놀랄 것이다. 그는 압도적인 선수가 될 체격조건을 지녔다”며 그의 잠재력을 높이 샀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한국 최초의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가 탄생했다.
국내 최장신 농구선수 하승진(2m23·19·연세대)이 25일 미국 뉴욕 메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린 2004 NBA 신인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17순위, 전체 46순위로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에 지명됐다.
하승진의 매니저 존 킴(SFX)은 드래프트 직후 “7월부터 구단과 계약 협상에 들어간다. 2년간 1년에 5억원씩 총 10억원은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4∼2005 NBA 선수 최소 연봉은 38만5277달러(약 4억6000만원).
당초 1라운드 지명도 기대했던 하승진으로서는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 1라운드 선수는 3년 계약이 보장되며 연봉도 최소 8억원 이상 받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라운드 지명을 받지 못하면 하승진이 다시 귀국해 다음 드래프트 기회를 노릴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다. 그러나 부친 하동기씨는 가족과의 국제전화를 통해 “한번 드래프트에 참가하면 3년 뒤에나 다시 참가할 수 있다. 기회가 자주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2라운드에 지명됐어도 잔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려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 출장 기회가 별로 없으리라는 점이 그렇다. 포틀랜드는 3년 뒤를 내다보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지명한 것으로 알려져 하승진이 언제 NBA 신고식을 치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 모교인 연세대 김남기 감독은 “2라운드 선수는 중간에 퇴출될 수도 있다. 따라서 포틀랜드와 2년 이상 선수생활이 보장되는 계약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승진은 동양권에서 NBA 신인 드래프트 지명을 받은 6번째 선수. 앞서 지명받은 5명은 일본의 오카야마 야스타카(2m33·1981년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중국의 쑹타오(1987년 애틀랜타 호크스) 왕즈즈(1999년 댈러스 매버릭스) 야오밍(2m23·2000년 휴스턴 로키츠) 쉐유양(2003년 댈러스 매버릭스). 이 가운데 최고 스타는 전체 1순위로 뽑힌 야오밍이다. 멩크 바티르(중국·2002년 덴버 너기츠)는 드래프트가 아닌 자유계약선수로 입단한 경우.
한편 고교 졸업생인 드와이트 하워드(SW 애틀랜타 크리스천 아카데미)는 올시즌 전체 1순위로 올랜도 매직에 지명됐다. 지난달 코네티컷대를 미국대학농구(NCAA) 정상으로 이끌었던 나이지리아 이민자 출신 에메카 오카포는 2순위로 뽑혀 신생팀 샬럿 밥캐츠의 창단 첫 신인이 됐다.
“야오밍처럼 성공하겠다”
다음은 하승진과의 일문일답.
―6개월 준비 끝에 NBA 진출에 성공했는데 소감은….
“정말 너무 힘들었다. 다치지 않은 것도 다행이다. 개척자 정신으로 NBA 문을 두드렸다. 이곳에서의 생활은 어려웠고 많이 울기도 했다.”
―NBA에서의 목표는….
“1라운드냐, 2라운드냐는 중요하지 않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겨룰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
―야오밍이 아시아계 선수로 각광 받고 있는데….
“기술이나 스피드, 파워 모두 나의 모델이 될 수 있는 선수다.”
―그동안 어떻게 훈련했나.
“오전에는 실전훈련을 했고 오후에는 웨이트트레이닝, 밤에는 5 대 5게임을 했다. 지난해 12월 7일 미국에 도착한 이후 모든 것을 뜯어고쳤다고 봐도 된다. 아직 파워가 부족한 것이 약점이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하승진 누구…생년월일1985년 8월4일부모하동기(2m5·46·전 농구국가대표), 권용숙(1m68·45)형제누나 하은주(21·2m2·일본 샹송화장품) 등 1남1녀키2m23몸무게138kg학교서울선일초-삼일중-삼일상고-연세대좋아하는 선수샤킬 오닐(LA 레이커스)주요경력삼일상고 22연승,
2003 농구대잔치 우승(평균 12.6득점 8.6리바운드)장점자유투라인 근처의 야투
포틀랜드 블레이저스 오리건州 소재… 1977년 챔피언
하승진을 지명한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는 서부콘퍼런스 태평양지구 소속. 오리건주 최초의 프로팀으로 1970년 창단된 뒤 7년 만인 77년 빌 월턴을 앞세워 NBA 정상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다. 콘퍼런스 우승 3회.
82∼83시즌부터 2002∼2003시즌까지 21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올랐지만 지난 시즌엔 41승41패로 콘퍼런스 10위에 그치면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
포틀랜드 존 내시 단장은 지난달 하승진의 개인시범 경기를 지켜본 뒤 “잠재력 때문에 관심이 간다. 저 정도 덩치가 3, 4년 동안 NBA를 경험한다면 분명 대단한 선수가 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었다. 포틀랜드는 이번 드래프트에서 하승진을 비롯해 러시아 출신 2명 등 4명의 신인을 보강해 전력 향상을 꾀했다. 팀명인 트레일 블레이저스는 험준한 서부의 개척자라는 뜻. 홈 코트는 로즈가든으로 관중 2만1583명 수용 규모.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